해저2만리

등록일2020-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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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 이만 리

 

작가 : 쥘 베른, 1828년 프랑스 낭트에서 출생
저작년도 : 1869년
장르 : 장편소설

 

□ 작품 소개
최초의 공상과학소설 ‘해저 이만리’가 저작된 1869년은 침략과 발견으로 진행되던 서구의 ‘대항해’가 끝물에 접어든 시기였다. 조선 말기 세계의 동쪽 끝 한반도에서 세계대국 영국의 거문도 점거가 1885년에 있었던 점을 상기한다면 해양의 역사는 과학과 문명의 지정학적 형세를 돌이켜보게 한다.

 

서구의 대확장의 대의는 세계인의 문명화였다. 인간의 미개 상태를 구원해야 한다는 명분이었다. 르네상스 이후 계몽주의가 꽃을 피우고 각성된 다수의 개인들과 집단에 의해 민주주의가 성취되고, 증기기관으로 상징되는 과학문명이 발달하면서 인간은 다가오는 근대의 햇빛에 눈이 뜨이게 되었다. 그렇더라도 사람들의 의식은 아직 중세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다. 레미저러블의 작가 위고의 작품 ‘바다의 노동자’의 본문에 보면 19세기 증기선의 출현에 대하여 대략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섬과 섬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검은 연기를 내뿜는 저 연락선은 파도를 마구 부수면서 나아가고 있다. 이 얼마나 불손한 일인가! 대자연인 바다를 저런 식으로 대하다니.”

 

물론 이것은 등장인물인 섬 주민들이 하는 말이지만 당시 과학문명에 대한 유럽인들의 의식의 일면을 보여준다.

 

지금과 비교한다면 19세기 중반은 세계의 땅과 바다가 이제 겨우 그림의 윤곽이 잡혀가던 그런 시기였다. 세계의 해양이 채 규명되지 않던, 과학주의∙합리주의의 성취와 중세의 그늘이 혼재하는 지상의 모험 여행 탐험기가 인기를 끌던 그런 시기에 쥘 베른은 소재에 있어 차원이 다른 이야기를 들고 나왔다. 여행 모험 소설가인 이 작가는 해저를 여행하는 이야기를 들고 나왔던 것이다. 당시 독서계에 ‘해저 이만리’ 소설은 그 자체로서 충격이었을 것이다. 다소 긴장감이 떨어지는 늘어지는 이야기 구조와 해양 관련한 백과사전적 지식 나열이 적지 않아 현대의 독자들에게는 흥미감이 떨어질지 모르겠지만(그렇지만 해저 생활에 대한 부분은 지금도 매우 생생한 장면으로 다가온다) 새로운 발견과 발명에 눈을 떠가던 근대인들에게는 어쩌면 최고의 읽을거리였을 지도 모른다.

 

자료출처 ㅣ 쥘 베른 저(김석희 역) '해저 2만리' 

 

과연 공상과학소설 해저 이만리는 당시의 사람들로 하여금 해저를 상상케 하는 재미 외에도 이야기의 곳곳에 작가의 박학다식한 해양상식이 넘쳐흐르고 있다. 한 마디로 해저 이만리에는 해양에 관한 모든 것이 담겨 있다. 거기에는 해양 관련 정치, 외교, 지리, 물리, 화학, 생물학, 기상학, 역학, 항해학, 조선학...., 이런 지식 정보들로 차고 넘친다. 왜 이렇게 작품을 썼을까, 쥘 베른은? 작가의 넘쳐나는 해양지식을 과시하기 위하여? 아니면 독자들의 독서 경향에 맞춤하기 위하여? 이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아직도 세계는 얼마든지 발견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거기에 따라 사람들의 지식욕도 무한 열려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서술 경향은 당대의 다른 대가들의 작품에서도 찾아진다. 앞서 언급된 위고의 작품 ‘바다의 노동자’가 그렇고, 멜빌의 해양명작 ‘모비 딕’도 그러하다(모비 딕은 완성되고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모비 딕은 오랜동안 도서관의 장서에서 ‘고래학’ 책으로 분류되었다).

 

해저 이만리 이야기가 지금도 실감나게 읽혀지는 것은 인물들의 해양생활을 서술하는 부분에 있어 사실적인 묘사가 너무나 많다는 데에 있다. 이야기의 현장감을 위하여 작가의 눈이 가 닿지 않는 곳이 없고 그의 손과 발은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독자를 바다의 어느 곳이던지 길 안내한다. 공상소설이란 말이 무색하게 해저 이만리는 정말 상상만으로 썼다고 믿기에는 어려운 작품이다. 그리고 단순하게 ‘작가의 직접 겪은 해양경험에다 다른 사람의 체험을 취재한 간접경험을 밑거름으로 쓴 작품이다’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나 실감나는 이야기이다.

 

□ 글, 심호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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