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해사로서 당직을 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등록일2020-11-19

조회수25

 

항해사로서 당직을 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김승주, 고려해운 3항사

 

 

 

항해사로서 당직을 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배 한척, 새 한 마리 볼 수 없는 대양에 서면

온갖 잡생각들이 들이 닥친다

 

육지에서 나를 기다리는 할아버지, 어머니, 아버지, 오빠야

꼭 만나서 밥 한 끼 하자는 친구들

초등학교, 중학교, 대학교 시절의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추억들

앞을 알 수 없는 나의 미래

잠시 잊고 지냈던 옛 연인

평소엔 꼭꼭 숨어 지냈던 깊은 나의 자아까지 나에게 말을 걸어 온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내 어깨에 짊어진 18명의 인생을

 

나만 믿고 곤히 자고 있을 다음 당직자들

40도가 넘는 더위에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 일하고 있는 기관부 식구들

오늘은 어떤 맛있는 음식으로 선원들 입을 즐겁게 할까 고민하는 조리장님

 

그들의 영롱한 인생이 비온 뒤 풀잎에 맺히는 이슬처럼

나에게 붙어있다

 

그 무게를 가벼이 여겨서는 안된다

털어내 버려서는 더더욱 안된다

 

무거워지는 어깨

단단해지는 마음

 

항해사로서 당직을 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 자료출처 : <월간 海바라기> 2017년 2월 호

 

g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