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해항해 <제4회> (종회)

등록일2021-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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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카티어에서 광석을 만재하고 2월 2일, 웨서포트를 향해 세인트 로렌스만의 결빙지역을 떠났다. 27일과 28일 항해시에는 선수흘수 12.22m에 선미흘수 12.54m로 배수량이 약 2배로 증가되어 F=mv²의 공식에 의해 선박의 얼음 깨는 능력은 배로 증가되었다. 선수 부분의 흘수가 벌 바우스 상부의 뾰쪽한 부분이 되고 타력도 배수량 증가에 따라 증가되어 밸러스트 항해보다 훨씬 쉬웠다. 속력도 평균 9, 10노트였고 선체의 손상도 미미하였다.

 

3월 초순에 세인트 로렌스 만의 결빙 지역을 지나 웨서포트로 항해하는 도중에 용선주로부터 차항도 다시 포트카티어 항에서 광석을 운송하라는 전문을 수신하였다. 용선주가 원망스러우며 두 번 다시 가기 싫은 결빙 지역이었다. 그러나 전신 내용대로 본선의 예정을 계산해 보니 3월 25일 전후에 상기의 결빙 지역을 항해할 것으로 추정되었다. 3월 말이면 해빙기로 2월 말의 항해보다는 쉬울 것으로 생각되어 용선주의 항해 지시에 따르게 되었다.

 

웨서포트에서 대리점을 통해 '오션 루트'에 아이스 정보를 요청하고 출항 전에 아이스 정보를 입수하였다. 예상한 대로 해빙기의 시작으로 세인트 로렌스 만의 북서부 연안 부근은 '오픈 시 아이스'였으며, 만 안의 아이스 팩이 카보트를 통해 내려와 외해 쪽으로 확산되고 있었다.

 

3월 14일, 웨서포트를 출항하여 항해하면서 2월 말 때와 같이 아이스 팩스를 매일 수신하였고 'ECAREG'에 보고하고 아이스 정보와 권고 침로도 수신하였다. 만 안의 북서안 부근은 '오픈 시 아이스' 지역이 확대되어 가고 빙해지역은 세인트 로렌스 만 남동 쪽으로 70에서 100마일까지 넓어지고 있었다. 결빙 지역의 얼음의 두께와 밀도는 2월 말과 비슷하였다.

 

2월말 전 항차의 그 생생한 경험을 되살려 빙해 지역의 항해 준비는 철저하였다. 엔진의 냉각수 계통은 APT의 발라스트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고, 발라스트 충수는 2월 말의 항해보다 약 60cm 흘수를 더 침하시킨 선수흘수 6.9m에 선미흘수 9.2m로 배수량을 최대한 증가시켰다.

 

아제리아호는 'ECAREG'의 권고 침로에 따라 항진하였으며 아이스 팩과의 싸움은 3월 26일 정오부터 시작되었다. 2월말과는 달리 카보트 동남방 약 100마일부터 처음의 아이스 상태 밀도는 Open pack ice(4/10-6/10), Close pack ice(7/10-8/10), Very close pack ice(9/10-10/10), Concentrate(10/10)이었고 두께로는 Grey white(15에서 30cm), White(30에서 70cm), First year(0에서 100cm)의 아이스를 조우하였으며 카보트에서는 1m 이상인 올드 아이스(old ice)를 조우하였다.

 

카보트 동남방 약 20마일 전까지, 20시경까지는 기상 상태가 2월말의 항해시와 같았으며 아이스 팩이 외해로 나온 관계로 전 항차 항해보다 빙해항해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평균 속력도 9, 10노트였다. 18시경에는 본선 전방 약 8마일에서 북서진하는 본선보다 작은 선박을 조우하였다. 본선과 같은 침로였으며 상대선이 항진한 곳은 얼음이 깨어져 항해가 용이하므로 상대선의 뒤를 적당한 간격을 두고 따라가도록 당직사관에게 지시하였다.

 

20시경부터 세인트 로렌스 만 입구, 카보트 동남방 약 20마일 부근에서 기상이 나빠지기 시작하였다. 북서풍이 20노트의 풍속에서 30노트 이상 올라갔다. 아이스 상태도 점점 심해졌고 본선의 속력은 약 5노트로 떨어졌다. 상대 선과의 간격이 21시경에 약 5마일로 좁혀졌다.

 

22시경에는 본선의 전방 약 10마일인 카보트 부근에 있는 2척의 선박을 조우하였다. 한 척은 선미 등이 보이고 북서진하는 것으로 판단되나 다른 한 척은 선미 등만 보였다. 빨간 색과 파란 색의 선미 등은 계속 교차하고 있었다. VHF로 호출해도 응답이 없었다. 레이더로 거리를 측정하니 본선과의 간격은 좁아지고 있지만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아 거의 정지되어 있는 듯하였다. 그리고 아이스 팩에 의해 선수 방향이 좌우로 변하는 것 같았다.

 

본선의 상태도 시간이 갈수록 선체가 자주 떨리고 신음 소리가 나며, 키의 사용도 불가능해지고 선수 방향은 좌우로 점점 각도를 넓혀 Z자로 변하는 것 같았다. 4척의 선박이 기동이 제한된 상태에서 거리가 좁아지면 위험하여 각 선박을 CPA(최근접 거리) 약 3마일 이상으로 하였는데, 그러나 심한 아이스 팩의 조우는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임기응변으로 본선 아제리아호를 아이스 팩 깨어지는 모양에 따라 선수 방향을 좌우로 90도 가까이 움직이게 하였다. 이러는 동안에 본선의 속력은 급격한 감소현상을 자주 보이고 있었다.

 

23시경부터 바람은 풍속 30노트에서 약 30노트 증가하여 순간 최대풍속은 60노트를 오르내리고 있었다. 아이스의 상태도 2월말의 항해 때보다 더욱 심하였고 대기 온도도 더 추웠으며 이에 비례하여 항해는 더욱 더 힘들었다. 선교 앞 창문은 얼어서 앞이 보이지 않고 강추위와 바람을 뚫고 밖에 나가 앞을 보며 조선하여야만 했다.

 

23시 30분경에는 4척의 선박이 모두 카보트 에스티알 부근 약 5마일 거리 안에서 밀집하게 되었다. 한 척 한 척씩 스틱 인 아이스(stick in ice)되었으니 피해가라는 VHF 통신이 나오기 시작하였다. 이 때 풍속은 더욱 심해져 평균 속력 45에서 50노트, 최대 순간 풍력은 70노트까지 올라갔다.

 

23시 45분경에는 당직 조타수로부터 대기 온도가 영하 30도에서 온도계의 눈금이 더 이상 없어 못 내려가고 멈춰 있다는 보고가 왔다. 나는 그 때 온도계의 눈금이 없어 더 내려가지 못한다는 추위를 처음 보았다.

 

26일 24시를 지나 27일이 시작될 무렵, 얼음 속에 갇힌 다른 선박을 겨우 1.5마일 정도 피해 항해하던 본선은 심한 아이스 팩의 조우로 속력지시기가 0을 가리키면서 얼음 속에 갇히게 되었다. 본선과의 거리를 2마일, 3마일, 5마일의 간격을 두고 4척 모두 카보트 에스티알 부근에서 얼음 속에 갇혀 움직이지 못하게 된 것이다.

00시 30분경부터 각 선박에서 'ECAREG'를 호출하여 쇄빙선의 원조를 긴급히 요청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ECAREG'의 응답은 척 수가 적어 밤에는 불가하고 주간에만 지원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본선은 즉시 ‘All Stand BY’를 명령하고 전 항차와 같은 방법으로 얼음 속에 갇힌 상황에서 빠져 나오는 방법을 취하였다. 전방에 아이스 팩이 약한 부분을 육안이나 레이더로는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새벽 3시경까지 5회에 걸쳐 계속적으로 시도해봐도 50노트 이상의 북서 강풍과 심한 아이스 팩의 저항은 본선을 움직이지 못하게 꼭 붙잡고 있었다.

 

03시 이후에는 선박, 선장, 선원 모두 강풍과 혹독한 추위 중에 얼음과 싸우느라고 완전히 탈진한 상태였다. 속수무책이었다. 거기다가 50노트의 강풍은 얼음과 같이 본선을 밀어 인접한 선박과 약 0.8마일로 근접시켜 놓고 있었다.

 

약 30분간 지친 상태로 대기했다가 주위의 선박이 가까워져 다시 시도할 목적으로 'full astern'(전속후진)을 사용하니 그동안 선박 주위가 아이스 팩과 얼어붙어 선박은 후진되지 않았다. 약 15분간 전속 전후진을 교차로 사용하여 선박을 겨우 뒤로 움직이게 할 수 있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이렇게 얼음 속에 갇힌 상태는 아침 7시에 쇄빙선이 도착할 때까지 계속되었다.

 

쇄빙선의 지원이 있기까지 4척 모두 아침 7시까지 같은 지역에 갇혀 있었다. 정말 순간순간이 생지옥 같은 밤이었다.

 

본선은 27일 10시경에 다시 얼음 속에 갇히게 되었으며 다른 선박도 한두 차례 얼음 속에 갇히고 빠져나오고 하였다. 말하자면 얼음은 쇄빙선이 깨어도 곧 또 언 셈이다.

 

07시경부터는 풍력이 약해졌다. 낮이 되어 햇빛의 영향으로 아이스 팩의 위력은 다소 감소되는 듯하였다. 그리고 카보트 에스티알과 거리가 멀어질 수록 아이스의 상태는 좋아지고 있었다.

 

해빙기가 시작되면서 세인트 로렌스 만 안의 연안 부근에서 1미터 이상 두께의 올드 아이스가 조류와 바람의 영향으로 병 목과 비슷한 지형의 카보트 에스티알 근처에 모이고 혹독한 강추위로 다시 얼어붙어 어떤 선박도 꼼짝 못하는 빙해가 된 것으로 보였다.

 

15시경에 안티스코티 남방 약 40마일 해상을 항해하니 아이스의 상태는 '오픈 시 아이스'가 되어 지옥 같은 빙해 지역 항해는 끝나고 정상적인 항해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17시경에 기관실에서 엔진 회전수가 90RPM 이상 올라가지 않는다는 연락이 왔다. 직감적으로 스크루의 손상이라고 느꼈다. 28일 정오경 카티어 항의 부두에 계류 후 선체와 추진기와 러더를 확인해 보았다. 예상대로 스크루의 브레이드(blade)가 손상됐으며 선체는 선수 부분의 외판이 심하게 덴트되었다. 특히 프레임의 간격이 넓어지는 1번 창의 양현 외판은 더욱 심하였고 내부 강제(鋼製)까지 변형이 생겼다.

 

그러한 손상을 바라보고 나는 심장을 바늘로 찌르는 듯한 아픔을 느꼈다. 그리고 다시 화물을 적재하고 모항인 웨서포트로 무사히 항해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포트카티어에서 화물을 만재한 후 3월 31일, 출항 시에는 추진기의 손상 때문에 결빙지역 항해가 정말로 걱정이 되었다. 단지 배수량의 증가로 인한 항해 능력으로 출항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4월 1일, 카보트 에스티알 부근을 지날 때에는 대기 온도가 상승하여 아이스의 상태가 좋아졌고 순풍으로 별 어려움이 없이 무사히 빙해 지역을 빠져 나왔다.

 

내가 이러한 빙해 지역을 항해하면서 느낀 것은 자연의 위력은 인간의 상상력을 초월한다는 것이다. 이때의 빙해가 나에게 준 교훈은 자연의 위력 앞에서는 어떤 사람이라도 겸손히 순응하거나 피해야 하고, 자연의 위력에 대하여 항상 준비할 것이며, 어떻게 해서든지 자연의 위력을 이용하려는 사람에게는 자연 스스로가 인간에게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연의 위력에 도전하는 자에게는 자연이 인간을 무자비하고 철저하게 처벌한다는 것이다.

 

■ 글, 조성우(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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