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 딕

등록일2020-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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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 딕

 

작가 : 허만 멜빌. 1819년 미국 뉴욕 출생

저작 연대 : 1851년

장르 : 장편소설

 

해양문학 작품 ‘모비 딕’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다. 지금은 세계문학 명작의 반열에 넣지만 저자인 멜빌은 살아생전에 이 작품으로 어떤 혜택도 받은 적이 없다. 모비 딕은 출판되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 세인의 기억에서 묻혀져 갔다. 그것은 그 이름이 매우 잘 알려진 도서관의 장서 목록에서 오랫동안 고래학 관련 도서로 분류되기도 했는데, 그 이유는 고래의 생물학적 특성에 관하여 매우 상세히 기술되었기 때문이다.

 

소설로서의 모비 딕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는 아무래도 ‘산만한’ 이야기 구조에 있는 것 같다. 소설이 소설이게 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플롯에 있다. 이것이 빈약하면 소설은 인적이 뜸한 시골길처럼 긴장감이 떨어진다. 고래에 대한 백과사전식 장황한 설명이라든지 갑자기 소설적 흐름을 바꿔 희곡의 형식으로 전개되는 시공간에 서서 일반 독자는 어리둥절 왠지 난감해진다. 영어 원서로 작품을 읽는 경우, 가끔씩 비문非文을 접하기도 한다. 작가 수업에 영향을 미치는 성장기 그의 학교 수학 기간은 짧았다고 한다. 일찌감치 그는 선원이 되어 바다에 나아갔다. 언젠가 그는 ‘바다와 배가 나의 하버드 대학이고 예일 대학이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모비 딕은 바다의 산업혁명이라 부를 만한 증기선이 재래 범선을 대체해 가던 19세기 중반 미국 포경산업 현장을 그 배경으로 하고 있다. 작품에서 멜빌은 주인공 이슈마엘을 통하여 자본주의 사회로 급성장하던 뉴욕이라는 대도시 속의 외로운 노동 개인의 처지를 그리고 있다. 그는 정신적 가난을 극복하기 위하여 대양으로 떠나는 포경선을 택한다. 고래를 찾아 떠나는 인간들의 항해에서 이슈마엘이 만나는 것은 대자연의 신비로움과 인간이 벌이는 고래와의 싸움과 외다리 에이허브 선장의 기행이다. 이승과 저승의 이미지가 혼재하는 끝없는 바다에서 수많은 인명이 희생되고 자신의 다리를 앗아간 흰 고래에의 복수는 오직 에이허브 혼자만의 몫이지만, 작품에 내재되는 사상과 철학의 그림자는 한편으로 현대에 속한 인간에게 드리워지는 숙제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므로 이야기 전반에 걸쳐 시도되는 상징과 은유, 반어법은 이 작품의 중요한 특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어쩌면 해양소설 모비 딕 읽기는 모험인지도 모른다. 줄거리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 인간과 고래의 싸움. 고래나 인간이나 모두 자기의 운명을 건다. 그러나 독서의 여정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일단은 책의 두께에 독자는 압도당하고 만다. 한참 길게 늘어지는 만연체의 문체도 현대의 독자들의 호흡에는 잘 맞지 않는 것 같다. 이야기의 중간중간에 암초처럼 만나는 고래에 대한 백과사전식 설명, 생뚱한 희곡 식 문장 서술. 결국 이 모든 것들과 함께 모비 딕 읽기는 힘을 읽어 간다. 모비 딕 읽기를 시도한 많은 이들이 그랬다.

 

이 모든 시련에도 불구하고 ‘모비 딕’을 읽었다면 그는 매우 특별한 사람이다. 그것은 마치 히말라야 정상을 오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과의 차이라고나 할까. 목숨을 걸고 험산을 오르는 과정에서 획득하는 경험과 파도에 몸을 맡긴 채 노를 저어 물을 뿜는 거경에 가까이 다가가는 고래잡이의 경험이 왠지 비슷한 데가 있기 때문이다. 멜빌의 고래 이야기는 고래와 고래잡이에 관한 시작과 끝을 보여주고 있다.

 

□ 심호섭, 홈페이지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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