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식의 해양시 '갑판을 정비하며'

등록일20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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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식의 해양시 '갑판을 정비하며'

 

 

한국의 해양문학을 대표하는 김성식 시인의 해양시 ‘갑판을 정비하며’를 소개한다. 시인은 살아생전 수많은 해양시를 발표했다. 그는 30여 년의 오랜 해상 생활을 하면서 시 창작을 계속했다. 본란에 소개하는 해설은 2007년 ‘선장시인 김성식 추모사업회’가 발간한 <김성식 시전집>에 수록된 평론가 구모룡 님의 해설을 인용했다.

 

바다가 조금 잔잔해지면/우리들은 부식된 철판을 찾아/마스트 아래거나/구석진 창고틈 또는/선장 둘레를 돌아/뎃크의이음매 사이를/치핑·함어로 내리 꽂는다/썩는 것에 대한 분노로/치를 떨며/연거푸 찍는다/양날 선 함머로 두들길때마다/파란 불꽃이 튀어/스스로 몸을 굴려 멀쩡한 장소까지/은밀하게 잠식하며/번져가던/녹슨 철판이/완강한 저항을 끝내고/부서져 가루로 남아 사라지고 나면/손바닥 가득 물집이 생겨/터진 상처를 수평선 너머 일몰의 구름에다비비어/하루의 피곤한 일과를 끝낸다 우리들은//우리들은 언제나 느낀다/하루종일 날이 선 망치로/두드리던 갑판의저 쇠울림이/찡하게 어깨를 진동시켜/녹슬어 녹으로 가득 찬/심장 한 모서리가/까맣게 시들어감을 막으려/우리들몸 여기 저기를/쪼아대는 아픔 삼키면서/매일매일 갑판을 닦아내고 있었음을/바다가 좀 조용해지면/세상 모든 썩은것들을 중오하며/거센 주먹을 휘두르듯이/우리들은 갑판 구석구석을 정비한다 ― 「甲板을 정비하며」 전문

 

이처럼 선상 노동은 이 시가 표나게 ‘우리들’을 강조하고 있듯이 그들만의 공동체적 유대를 강화한다. 선원들의 동류의식은 앞서 말했듯이 배라는 사회적 환경과 내륙과 떨어진 해양이라는 여건과 더불어 그들의 계급적 연대감에서 형성된다. 이들의 하위문화가 나름의 저항성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그것은 노동의 조건과 계급적 소외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인용시가 갑판의 녹을 제거하는 선상노동에서 노동의 건강성을 드러내고 이를 행위자들의 자기정화의지와 결부시킨 것을 선원계급의 연대의식과 관련하여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행위를 “세상 모든 썩은 것들을 증오”하는 의미로 발전시킨 것은 선원들의 하위문화가 내포한 저항성으로 읽힐 수 있다. 김성식은 이 시에서 해양체험이 지닌 두 가지 소외양식을 근대세계에 대한 시적 비판으로 발전시킨다.이러한 점에서 그의 해양시가 지닌 시적 자질은 단순하게 바다의 상징성에 기대는 일만으로 생성되지 않는다. 그의 시학은 소외를 창조의 원천으로 삼는 근대시의 기본노선과 일치한다. 따라서 근대부정을 넘어 근대극복의 계기를 만들 여지도 없지 않다. 보들레르가 해양을 통해 근대비판을 도모한 일을 연상할 수 있는바, 김성식은 보들레르의 시도를 넘어 해양 속에서 근대극복의 의미를 찾으려는 의도를 보인다.

 

□ 글, 구모룡(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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