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동시 1편 - 선용의 '여름 바다'

등록일20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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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바다

 

 

우리 친구 할까

 

내밀었다

움츠렸다

움츠렸다

내밀었다

 

뜨거운 모래사장

내미는 바다의 손을

얼른 잡으면

 

나는

금방 바다가 된다

 

온몸이 파랗게 물들고

파도처럼 출렁인다

 

바다 위를 날아가는

흰구름의 날개에서

잘 익은 탱자알처럼

바다 냄새가 퍼지고

벌써 바다가 된

파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여름 바다에 구르고 있다.

 

□ 선용, 시인

□ 작품출전 :《해양과 문학 21호》2017년

 

 

작품감상

여름 바다에 벌거숭이 아이들이 바다와 일체가 되어 노는 모습이 실감 나게 되살아나고 있는 작품이다. 바다에는 따로 놀이도구가 필요 없다. 파도가 밀려오면 첨벙첨벙 뛰고, 파도가 밀려가면 그냥 달려가고……. 지치면 퍼져 앉아 모래성 쌓고. 쌓은 모래성이 무너지면 다시 파도와 달음박질하고. 달려오는 파도의 손을 잡고, 밀려가는 파도의 손을 놓아주고. 그러다가 해는 서산에 걸리고. 누구나의 동심에 남은 그림이 아닌가? 중년을 넘은 적지 않은 나이이지만 시인은 여전히 동심에 머물고 있다. ‘어린이’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시어로 가득 찬 작품인 것은 이 시의 미덕이라 하겠다. 그래서 읽고 또 읽고 싶어지는 시이다.

 

쓴 이 : 심호섭(홈페이지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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