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셉 콘래드의 '청춘'

등록일20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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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셉 콘래드의 '청춘'

 

 

‘청춘’은 아름다운가? 그 동안 이렇게 묻고 시작하는 이야기가 얼마나 많았던가? 청춘의 아름다움을 최상의 가치로 여기는 문학작품이 있다면 그것은 조셉 콘래드가 쓴 단편소설 ‘청춘’이다. 이야기의 무대는 바다다. 역동적인 해양활동으로 세계국가로 서 가던 19세기 후반 영국 어느 상항(商港)에서 석탄을 실은 화물선이 출항했다. 증기선이 한창 쏟아지던 때였지만 아직 대양을 건너는 범선이 상당수 있던 시대였다. 석탄을 만재한 노후 범선은 동양으로 향하고 있었다. 현대 항해공학의 관점에서 보면 기이한 항해였다. 너무 낡았고, 대양에서는 태풍이 발원하기 때문에 오늘날 화물을 싣고 대양을 항해하는 범선은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당시에는 얼마든지 ‘연약한’ 범선도 다녔다. 대항해시대여서일까?

 

대항해시대에 바다에서 수많은 인명 희생이 있었다. 그래도 배를 띄웠고 선원지망자들이 항구에 모여들었다. 무엇 때문에 그랬을까? 바다라서 그럴까? 이 의문에 답을 내 놓을 수 있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콘래드의 소설 ‘청춘’도 그렇다. 소설 속에는 대항해시대의 선박환경과 해상생활에 대한 선원들의 의식이 어떠했는가가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설비와 항해조건이지만 주인공 이등항해사를 좌절시킬 수는 없다. 지금 주인공은 ‘청춘의 아름다움’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아, 청춘은 아름다운가? 지금 20세의 뜨거운 청춘이 낡은 ‘똥배’의 선원(이등항해사)으로 승선하였는데, 석탄을 적재하고 출항 후 열흘 만에 외판에 구멍이 나 침수되어 모항으로 회항하고, 다시 출항하였지만 대양(인도양)을 건너던 중 석탄을 적재한 화물창에 화재가 나 전소의 위기에서 탈출하고, 구명정을 노 저어 구사일생 목숨만 건져 동양의 어느 항구에 도착하자마자 피로감에 녹초가 되었는데도 이 배의 유일한 청춘인 주인공은 잠꼬대처럼 ‘청춘은 아름다워’라고 읊조리는 것이다.

 

콘래드의 해양소설 ‘청춘’은 그런 것이었다. 동양이라는 이국에 대한 동경 하나만으로도(세계화가 되기 전에 유럽인에게 동양은 오랫동안 동경의 대상이었다) 청춘은 아름답고, 그 아름다움을 위하여 생명과 죽음이 혼재하는 바다에 뛰어들 가치가 있다는 것이 청춘의 이유라는 것이다. 조셉 콘래드는 현대소설의 아버지라 칭해진다. ‘청춘’에는 현대소설의 주된 기법인 ‘의식의 흐름’이 분명히 드러나 있다. 과연 청춘의 바다에는 의식의 흐름으로 가득 차 있다. 이 점, 신화의 바다에 뛰어드는 오디세이아와 대조를 이룬다.

(심호섭, 홈페이지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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