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섬의 기도

등록일2020-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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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섬의 기도(동화)

김상곤ㅣ동화작가

 

 

수평선 너머로 희망찬 새해의 태양이 붉게 타 올랐습니다. 바다도 해를 따라 붉게 마음을 열었습니다. 붉게 물든 바다는 봄날의 아지랑이처럼 꿈을 꾸는 듯 했습니다. 바다는 무슨 꿈을 꿀까 생각하며 바위섬은 올해도 어김없이 기도를 올렸습니다.

‘하느님. 올해도 배들이 저에게 부딪히지 않도록 하여 주시옵고. 저 옆에 있는 아름다운 섬처럼 저도 나무도 품고 새도 품고 꽃도 품을 수 있게 해 주십시오’

기도를 마치자마자 괭이갈매기 한 마리가 날아들었습니다.

“바위섬 아저씨! 올해도 그 꿈을 빌었어요?”

“그렇단다.”

“그건 불가능한 일 아닐까요? 아저씨가 없어야 배가 부딪치지 않을 것이고 흙과 물이 있어야 꽃과 나무가 있을 수 있고 꽃과 나무가 있어야 새도 있지요.”

“그래, 나도 안다. 하지만 마음을 다해 기도하면 이루어질 거라 믿는단다.”

“에이, 그래도 가능한 것을 빌어야죠.”

괭이갈매기는 모릅니다. 바위섬은 이미 간절한 마음을 담은 기도 후 많은 생물들을 품어 안은 것을 말입니다.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던 미역씨앗도 풍성하게 키웠고, 우무가사리, 톳, 몰 등 많은 해조류와 전복과 소라고둥, 삿갓조개, 뿔소라 등의 패류도, 뿐만 아니라 어류들도 많이 품어 안았습니다. 특히 쑤구미는 험상궂을 뿐만 아니라 독침까지 가지고 있지만 그를 한 식구로 만들었습니다. 옛날에는 강치나 물범까지도 품었던 생각이 났습니다.

“정말 바위섬 아저씨는 바보야.”

괭이갈매기는 빈정거리며 똥을 찍 싸고 날아갔습니다. 괭이갈매기가 날아간 자리에 물떼새 몇 마리가 날아들었습니다.

“바위섬 아저씨 안녕하세요?”

“그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올해도 우리를 이렇게 쉬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아니 너희들이 와주니 내가 고맙구나. 그런데 갈매기는 새해 인사는커녕 나를 보고 바보란다.”

“왜요?”

“이루지 못할 기도를 한다고.”

“무슨 기도를 하셨는데요?”

“저 옆의 섬처럼 나무도 키워보고 싶고 꽃도 피워 보고 싶다고. 또 배들이 나에게 부딪히지 않도록 해 달라는 기도를 했지.”

“아저씨, 갈매기 말에 신경 쓰지 말고 힘내세요. 아저씨의 꿈이 꼭 이루어 졌으면 좋겠어요.”

그때였습니다. 꿈을 꾸듯 평화롭던 바다 수평선 너머에서 바다의 불한당인 파도가 갑자기 달려오고 있었습니다. 바위섬은 걱정이었습니다. 저 녀석들의 횡포가 여간 심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지난번에는 이들의 횡포로 여러 척의 배가 바위섬에 부딪쳐 파손되었고 또 바로 앞의 어항에 묶어둔 배들이 서로 부딪치고 받쳐서 여러 척이 부서졌습니다. 바위섬은 부서진 배들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지만 그보다 가난한 어부들이 한숨짓는 소리에 더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래서 바위섬은 어떻게 하면 저 파도들을 달랠 수 있을까를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도저히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이 녀석들은 친구들이 너무 많습니다. 바위섬 앞으로 오는 것들은 타일러 안아 보지만 바위섬 멀리로 오는 것들은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처얼썩, 처얼썩”

흰 거품을 물고 거세게 달려온 파도는 어느새 바위섬에 사정없이 부딪쳤습니다.

“아이 아파.”

파도는 인상을 ‘팍’ 섰습니다. 물떼새들은 깜작 놀라 날아올랐습니다.

“이 바위섬은 오늘도 우리를 막아서네. 정말 짜증나.”

“그러게 말이야.”

거품을 물고 같이 달려온 친구가 말했습니다.

“우리 힘으로 이 바위섬을 없애 볼까?”

“우리 선조들도 이 바위섬을 이기지 못했는데 그게 가능하겠어?”

“그래도 한번 해보자, 우리 힘이 얼마나 센데.”

“그래, 한번 해보자. 우릴 이길 자가 어디 있겠냐?”

파도들은 뒤에 오는 친구들과 힘을 합쳐 바위섬을 힘껏 때렸습니다.

“어림없지.”

바위섬은 꼼작 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파도는 지치고 말았습니다.

“아저씨는 왜 이렇게 우리가 가는 길을 번번이 막는 거애요?”

“너희들을 막는 것이 아니고 품어주는 거란다.”

“왜? 우리를 품어주시는데요?”

 

…………(하략)…………

 

□ 자료출처 : <해양과 문학> 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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