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의 바다

등록일2020-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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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의 바다

 

 

바다가 길을 내어 놓는다.

 

포구를 떠나간 사내가 돌아오지 않자

바다를 통째로 마시겠다던 그녀

사내를 기다리다 썰물이 되어 나섰다.

 

바다 끝자락까지 가면 사내가 있을 것 같아

질퍽한 갯벌의 사타구니도 마다하고

수평선을 향해 내닫는다.

 

바다만 바라보다 섬이 되고 팠던 여자

그 사내에게만 치마를 벗고 싶었던 여자

덕지덕지 바위에 붙어 있는 따개비 같은 상처가

그녀 안에서 구획을 넓혔다.

 

뚝심 좋은 사내가 미끼를 던져도

아랫입술 질끈 깨물며

애꿎은 손톱만 물어뜯던 날들이

그녀 앞에 쌓여갔다, 깻단에서 깨 쏟아지듯.

 

섬을 떠난 그녀,

어부가 된 남자의 바다가 된다.

 

김 명 숙ㅣ 시인

 

□ 자료출처 : 海바라기 2012년 6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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