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경강은 비에 젖어
빛을 잃은 초라한
만경교1) 늑골 사이에
푸른 이끼와 거미줄이
둥지를 틀고
서해를 바라보며
바다로 가는 꿈을 꾸고 있다
빨래하러 모인 동네 아낙들은
도시로 나가고
멱 감고, 고기 잡고, 썰매 타던 강변엔
아직도 출항을 꿈꾸는
폐선 몇 척만이 덩그러니 앉아있다
비에 젖은 만경대교 위로
부지런한 자동차들이 오갈 때마다
강물은 바르르 몸을 떤다
황금으로 출렁이던
징게맹게외에밋들을 거쳐
긴 여행지에서 돌아와
만경다리 밑에서
수런수런 몸을 풀던
푸른 날갯짓은
이젠 꿈으로 수장(水葬)되고 말았는가
수천수만의 물결을 낳으면서
갈아놓은 청정한 물빛이
새로 돋은 정맥보다
더 푸르렀던
만萬
경頃
강江
비에 젖은 물결 하나 집어들고
꼬옥 껴안아보는
한사코 서러운
이 그리움
1) 1933년에 만들어진 다리. 1989년 그 옆에 만경대교를 개통한 이래 차량운행이 통제되고 있다.
유 인 실 | 시인 killina2002@yahoo.co.kr
□ 자료출처 : 海바라기 2012년 6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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