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경강은 비에 젖어

등록일2020-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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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경강은 비에 젖어

 

 

빛을 잃은 초라한

만경교1) 늑골 사이에

푸른 이끼와 거미줄이

둥지를 틀고

서해를 바라보며

바다로 가는 꿈을 꾸고 있다

 

빨래하러 모인 동네 아낙들은

도시로 나가고

멱 감고, 고기 잡고, 썰매 타던 강변엔

아직도 출항을 꿈꾸는

폐선 몇 척만이 덩그러니 앉아있다

 

비에 젖은 만경대교 위로

부지런한 자동차들이 오갈 때마다

강물은 바르르 몸을 떤다

 

황금으로 출렁이던

징게맹게외에밋들을 거쳐

긴 여행지에서 돌아와

만경다리 밑에서

 

수런수런 몸을 풀던

푸른 날갯짓은

이젠 꿈으로 수장(水葬)되고 말았는가

 

수천수만의 물결을 낳으면서

갈아놓은 청정한 물빛이

새로 돋은 정맥보다

더 푸르렀던

 

만萬

경頃

강江

 

비에 젖은 물결 하나 집어들고

꼬옥 껴안아보는

한사코 서러운

이 그리움

 

1) 1933년에 만들어진 다리. 1989년 그 옆에 만경대교를 개통한 이래 차량운행이 통제되고 있다.

 

유 인 실 | 시인 killina2002@yahoo.co.kr

 

□ 자료출처 : 海바라기 2012년 6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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