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일2021-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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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항에서 4
김가배 ㅣ 시인
노을 비낀 바다
바람이 맴돌다 떠나간 포구 한 켠
늙은 부부가 그물을 깁고 있다
멀리 바다 밖
하나 둘 오징어 배 불을 밝히면
성긴 그물 사이
바람으로 빠져나간
어부들의 허허로운 한 생애가
흰 머리칼로 휘날리고
굽은 등 거친 손마디가
엉킨 그물을 풀어
詩를 깁는다
그렇게 무심히 하루를 기워 가면
바닷물에 절여진 고달픈 생애가
퍼덕이는 물고기 되어
얽힌 그물을 빠져나갈 수 있을까
날선 비늘 다시 세우며
저 출렁이는 바다를 치달을 수 있을까
멀리 바다 밖 파도가 탄주하는
해 질녘 해조음이 모래톱에 잠기고
지친 바다가 잠드는 어둠 속
눈물 빛 별들이 잠든 수평선 위에
꽃으로 뜬다
∎출처 : <해양과 문학> 창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