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해변에 와서 발자국을 버리고 간다

등록일2021-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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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가 끝나는 곳에 바다가 있다.

항해를 끝낸 작은 배는 모래사장에 누웠고

연인들은 어깨를 기댄 채 모래성처럼 무너지는 중이다

목줄을 맨 강아지가 주인을 끌고 다니는 해변

어둠을 긁으며 파도가 온다

 

어둠이 길을 막을 때도 있었지만

어둠이 길을 안내할 때도 있었다

보여서 두려울 때도 있었지만

보이지 않아 두려울 때도 있었던 것처럼

 

흔들 그네를 타며 내려오는 어둠, 어둠이 바다와 서서히 한 몸이 되는 것을 지켜본다. 한 몸은 색깔이 같다. 색깔은 이념, 어둠과 바다는 이념이 같다. 속을 알 수도 없고, 목숨을 걸기도 한다. 꿈을 꾸기도 하고, 제 색에 맞게 모든 일을 해석하고 주입하기도 한다. 어둠이 바다와 하늘을 이어 놓는다. 으르렁대며 파도를 휘젓는 거인의 목소리가 확장된다. 사람들은 작아지고 보이지 않는 어둠이 터널처럼 길다.

모래사장 위의 빼곡한 발자국들

사람들은 해변에 와서 발자국을 버리고 간다

크기도 방향도 깊이도

그림자도 각각 다르다

누군가의 발자국을 밟지 않으면

한 발도 앞으로 나갈 수 없다

해변에 얼음처럼 서 있다

그러고보니 산다는 것은

누군가의 발자국을 밟으며 걷는 것이다

 

수십 개의 달을 등으로 내 건 횟집에서

발자국이 그림자처럼 찍힌

저녁달을 먹어야겠다

 

 

송연숙 | 2016년 월간 ≪시와표현≫ 등단

 

자료출처 : <해양과 문학> 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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