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 바다

등록일2023-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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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모 바다

이종무ㅣ 시인

 

 

커튼을 젖혔다 통유리를 가로지르는 이분법

한 줄, 위아래 양면으로

바다는 밤새 안구의 구분을 위해 뒤척였나 보다

 

수채화를 접었다가 펼친 흔적이 아스라이 남은 접점부터

자연이 만들어낸 창문틀의 콜라주

 

스티로폼 흰 부표가 분주하게 파도 골과 구름 사이에서

정체성에 대한 갈등을 빚고 있다

어부를 기다리는 빨간 깃대마저

윗면으로 솟았다가 다시 파도 밑으로 사라지는

번뇌의 미학을 붓은 끝끝내 놓지 않았다

 

긴장의 끈이 팽팽할 즈음

미역 작업선이 사선을 긋고 가는 흔한 일상의 아침

 

반구대 귀신고래 문양이 새겨진 벽지 경계에서

바다는 심호흡 한 번으로 잠시 멈춘 시간

간절곶 해는 한 줄, 아래에서부터 곡선으로 솟아오른다

일렁이는 파도의 반사면에서 햇빛이 춤출 시간

밤새 불을 켠 집어등이 가쁜 숨을 거두고

등대가 비로소 하루의 일과를 마치면

마침내 수평선 한 획이 드러난다

 

한 줄,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비로소 완성된다

 

 

□ 자료출처 : <해양과 문학> 2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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