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해양작품 감상 우수원고 채택

등록일2022-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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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작품 : 강지혜의 '파도'

 

바람 그네를 타고 놀던 파도

수없이 엎어져

온몸이 새파랗게 멍들었어요

 

햇님 옷자락에서

숨바꼭질 하던 파도

얼굴이 새까맣게 그을렸어요

 

그래도 여름이 좋아

마냥 신이 나서

해종일 덩실덩실 춤을 춥니다

 

□ 자료출처 : <해양과 문학> 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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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바다는 놀이터

(해양 동시 ‘파도’를 읽고)

 

정 희 숙

 

 어린 시절 나의 고향은 바다에 접한 도시였다. 무더운 여름밤 할머니 손을 잡고 갯내가 나고 바람이 시원한 해변을 산책하고 오면 더위도 한풀 꺾여 잠자리를 편안하게 해 주었던 기억이 난다.

 강지혜님의 ‘파도’라는 시를 읽고 있노라면 잊고 있던 옛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힘이 있다. 3연 9행으로 짧게 쓰여진 시지만 많은 것을 보여 주는 시다. 1연이 3행으로 이루어져 있고 마지막 행은 글자 수 3,4,5의 규칙으로 운율을 맞추어 읽는 내내 경쾌한 노래를 부르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한다. 1연과 2연은 시각적 표현이 뛰어나다. 1연에서 파도가 바람에 밀려갔다 밀려오는 모습을 바람그네를 타는 파도로 표현한 것과 파도가 부서지는 바다 물빛을 시퍼렇게 멍든 모습으로 표현한 점이나 2연에서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물빛이 검은빛 하얀빛으로 교차되는 모습을 보일락 말락 숨바꼭질하며 새까맣게 탄 아이의 얼굴 모습으로 표현한 점이 그러하다. 한편으론 바람그네, 숨바꼭질과 같은 시어들이 아이들의 놀이터를 연상시키며 읽는 이들을 귀여운 동심에 빠져들게 한다. 특히 2연의 ‘햇님 옷자락에서 숨바꼭질 하던 파도 얼굴이 새까맣게 그을렸어요’ 라는 표현은 여름 한낮 더위가 걱정스러운 엄마가 아이에게 집으로 들어가기를 부탁하고 더 놀고 싶은 아이는 들어가지 않겠다고 엄마와 실랑이 하는 모습을 그려보게 된다. 그 사이 아이의 볼은 발갛게 달아오르겠지만 아이에게 한여름의 더위나 살갗이 그을리는 아픔쯤이야 그리 대수롭지 않은 것이다. 3연에서는 무더운 여름 바닷가에 부는 바람에 파도가 일렁이는 모습을 사람이 덩실덩실 춤을 추는 모습으로 의인화하여 표현한 부분도 재미있다.

 전반적으로 ‘파도’는 노래하는 듯한 시어의 규칙성, 물빛의 변화를 선명한 색감으로 나타 낸 시각적 표현, 바다에서 부딪치는 파도의 모습을 마치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뛰노는 듯한 모습으로 의인화하여 표현하고 있어 경쾌하고 밝은 느낌을 주는 시이다. 표면적으로는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를 표현하고 있지만 읽는 내내 옛 추억을 떠올려 미소 짓게 만드는 인간 친화적 시어들로 구성되어 있어 정겹다.

 

 살면서 무언가 잘 풀리지 않을 때, 답답한 마음을 주체할 수 없을 때, 잊혀 지지 않는 마음을 다잡고 싶을 때 우리는 종종 바다를 찾는다. 그것은 어쩌면 인생도 파도처럼 밀려갔다 다시 되돌아오는 회귀의 원리 때문일 지도 모르겠다. 작가도 이 시를 통해 바다를 동심으로 뛰놀던 놀이터로 만들어 독자들 마음을 동심으로 회귀시켜 치유해 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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