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바다와 신앙경험' 우수원고 채택 - 김혜민님의 ‘바다를 통해 본 진정한 그리스도인’

등록일2021-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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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사람 많은 곳을 피하던 우리 집은 올해 부쩍 바다를 많이 찾아 갔다. 서산에 살고 있기 때문에 조금만 차를 움직여도 바다가 나오기도 하고, 전도사님인 큰언니가 바다를 무척 좋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최근까지도 바다에 대해 별로 큰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파도가 깎아 만든 황금산 코끼리 바위를 봐도 그저 그런 기분을 느낄 뿐이었다.

 

그런데 5월의 어느 날 간월도에 방문하면서 바다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계기가 생겼다. 그 날은 두 번째로 간월도에 방문한 날이었는데, 간월암으로 가는 바다길이 활짝 열려 있던 날이었다. 자박자박 모래를 밟으며 바다 길을 걷자 엄청난 바람이 불었다. 그 때 문득 '홍해 바다가 갈라질 때 이러한 바람이 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성경을 읽으면서도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그런 생각이 든 것 자체가 굉장히 신기했다.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나갔다. 하나님 말씀에 순종하여 지팡이를 내밀어 홍해를 가른 모세의 이야기. 깊은 곳에 그물을 던지라는 예수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그물이 찢어질 정도의 고기를 잡은 제자들의 이야기.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배에서 내려 바다 위를 걸어간 베드로의 이야기 등등 기적의 장소 속 배경이 된 것이 바로 '바다'였다.

 

성경뿐만 아니라 찬송가에서도 주님의 사랑과 은혜를 바다에 빗댄 표현이 많이 나온다. 바다 같은 주의 사랑, 바다 같이 넓은 은혜, 하늘을 두루마리 삼고 바다를 먹물 삼아도 기록할 수 없는 하나님의 사랑 등 넓고 깊은 바다의 특징을 통해 하나님을 찬양한다.

 

그리고 그 깊은 바다 속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생물들이 살고 있다. 하나님께서는 인간에게 알려지지 않은 생물까지도 창조하셨고, 지금도 다스리고 계신다. 거기까지 생각이 들자 큰언니가 왜 그리 바다를 좋아하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바다에는 밀물과 썰물이 존재한다. 바다에서 생업을 이어가는 어민들은 밀물과 썰물 시간을 잘 맞춰야 배를 띄워 고기를 잡으러 나갈 수도 있고, 조개를 캘 수 있다고 한다. 배를 띄워야 할 때와 갯벌에 나가 조개를 캐야 할 때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문득 인생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이란 늘 좋은 날만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늘 나쁜 날만 있는 것도 아니다. 바다에 밀물과 썰물이 존재하는 것처럼 우리의 인생 역시도 밀물과 썰물이 존재한다. 재물이나 건강, 행복 등이 밀물처럼 밀려올 때도 있지만, 반대로 모든 것이 손 사이를 빠져나가는 모래처럼 사라질 때도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우리 그리스도인은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어떠한 시련이 와도 하나님의 때를 바라보며 인내해야 한다. 어민들에게 밀물의 때와 썰물의 때 모두 필요하듯이 우리의 인생 속에도 밀물과 썰물이 존재해야 한다는 걸 깨닫고 그 안에서도 하루하루를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 인간의 힘으로 감히 만들 수 없는 황금산 코끼리 바위처럼 거친 파도가 때로는 나의 신앙을 더욱 연단 할 때도 있다.

 

잠시 바다를 봤을 뿐인데 이러한 생각을 하게 하심은 분명한 하나님의 은혜였다. 어쩌면 주님께선 내가 바다 같은 사람이 되길 원하고 계실지도 모른다. 바다같이 넓은 마음을 품어 이 세상 사람들을 사랑하고, 바다같이 깊은 이해로 모든 생명을 포용하며, 걸어가는 자리마다 하나님의 기적이 일어나길 간절하게 바라고 계실지도 모른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아직도 그 날의 감동을 생생하게 떠올리며 끊임없이 되새기고 있다. 지금 나에게 처해진 상황이 밀물인지 썰물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주님께서 거친 파도를 보내어 나의 모난 부분을 둥그렇게 깎아주시길, 끝없는 연단을 통하여 바다 같은 사람이 되길 원한다고 주님 앞에 무릎을 꿇어 기도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여러 사람의 생업을 책임지는 바다처럼, 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자가 되고. 더 나아가 평생을 갚아도 갚을 수 없는 은혜와 사랑을 통해 예수님을 닮아가는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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