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신화의 거대한 뿌리

등록일2020-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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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신화의 거대한 뿌리

 

 

책 이름은 ‘이순신 홀로 조선을 구하다’였다. 부제(副題)로 ‘메이지 일본, 이순신을 神으로 받들다’인데 책의 뒷면 ‘옮긴이의 말’에서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본래 일본어판 책의 제목은 부제의 그것이고, 한국어판 표제는 한국어판으로 내면서 제목을 바꾼 것이라고 한다. 해설에 따르면 19세기 후반 일본 근대화의 문을 연 메이지 유신 정권의 일본이 대외적인 팽창을 위하여 러시아의 남하를 가장 우려했는데, 이를 위한 방안을 해군력 증강에서 찾았다고 한다. 이것은 일본의 근대화 과정과 맥을 같이 한다.

 

사실 일본의 개국과 한국의 개국 과정은 많이 달랐다. 여러 가지 관점으로 말할 수 있지만, 큰 규모는 아닐지라도 일본은 해양활동의 경험이 축적되어 있었다. 이미 14, 15세기부터 일본 열도는 남쪽으로 동남아시아 해역과 교역이 이루어지고 있었고(물론 해적활동도 뒤섞였겠지만), 16세기 17세기에는 포르투갈과 네덜란드와 교역하면서 서구의 앞선 문명이 해양활동을 통해서 흘러들어오고 거기에 강력한 제해력이 존재함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메이지 유신이 성공하면서 새 정부의 바다에 눈이 열린 지식층은 해양일본을 구축하기 위하여 자신들의 과거 해양활동을 되짚어 보았다. 과거는 현재의 거울인 것, 그들이 벌인 전쟁 중에 임진왜란 중 이순신과의 전쟁이 뼈아팠다. 임란에서 이순신만이 홀로 빼어났다든지, 영웅 이순신 같은 수식어의 신화는 이때 생겨났다. 해설에서는 우리의 이순신 신화의 유래가 바로 이 책이었고, 그러고 나서 신채호의 ‘수군 제일위인 이순신’, 박은식의 ‘이순신전’, 이윤재의 ‘성웅 이순신’ 등이 나왔다고 전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 책은 처음부터 한국인을 위하여 쓴 것이 아니라 일본 자국의 이익을 위하여 쓴 것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원판이 발행된 1892년은 조선이 일본에게 나라를 넘긴 경술국치와 불과 십 수 년 간격, 그 동안 러일전쟁이라는 대 해전에서 승리한 일본임을 감안하면 이순신에 대한 연구와 해군력 증강은 연결고리가 있다. 이 모든 것이 바다의 지정학적 영역이기 때문에 해양문학의 범주에 들 수 있다.(심호섭, 홈페이지 편집인)

 

‘이순신 홀로 조선을 구하다’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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