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의 복원력과 안정성의 원리

등록일2020-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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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의 복원력과 안정성의 원리

임기현 ㅣ 선장

 

 

배가 물에 뜨는 이유는 배가 물로부터 받는 수압으로 인해 부력이 생기고 배의 무게와 같은 부력이 작용하여 선체를 받쳐 주어서 균형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이 부력이 배가 기울어졌을 때 배가 전복되지 않게 하는 복원력의 원인이 된다는 내용을 공유하고자 한다.

 

▲ 배의 안정성은 부력의 조화이다

배에서 가장 위험한 상황이 전복이다. 배의 전복을 방지하고 배가 기울어졌을 때 바로 선 자세로 되돌리는 힘이 바로 복원력이다. 복원력이란 수면에 떠 있는 배가 어떠한 힘으로 말미암아 기울어졌을 때, 배의 중력과 부력이 짝힘으로 작용하여 정상적인 상태로 되돌아가려고 하는 힘을 말한다. 배의 6 자유도(自由度)운동으로서 횡요(roll), 종요(pitch), 상하요(heave), 선회요(yaw), 전후요(surge) 및 좌우요(sway) 중에서 특히 배가 옆으로 기울어지는 운동인 횡요(橫搖)가 전복에 직결되어 있으므로 여기서는 횡요의 복원력에 집중하고자 한다.

만약 배가 시계방향으로 θ도 만큼 오른쪽으로 경사하면 배의 수면 아래 잠긴 선체의 체적의 오른쪽이 왼쪽보다 커지게 된다. 따라서 부력이 작용하는 중심위치인 부력중심(Z)이 오른쪽으로 이동한다. 그러나 무게중심(G)의 위치는 배가 기울어져도 변하지 않아서 그 중심점으로부터 아래쪽 수직방향으로 중력이 작용하고, 오른쪽에 있는 부력중심으로부터 위쪽 수직방향으로 배수량과 같은 크기의 부력이 작용한다. 결국 두 힘의 작용선이 빗나가 있으므로 이 두 개의 힘에 의하여 반시계 방향으로 즉 기울어진 배를 일으켜 세우는 방향으로 모멘트가 작용한다. 이것이 바로 복원력이다. 이 중력과 부력 두 힘의 작용중심점 사이의 거리를 복원정(復原挺; righting arm)이라고 하고 GZ로 표시한다. 이 GZ를 종축으로 하고 횡축을 경사각(θ)으로 하여 표시한 곡선을 복원력곡선이라고 한다. 이 곡선의 값이 마이너스(-)이면 배는 전복한다.

여기서 배의 복원력을 간단하게 판정하는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배의 경사가 비교적 작을 때에는 부력중심으로부터 똑바로 위쪽으로 작용하는 부력의 작용선과 선체의 중심선과 만나는 점이 거의 이동하지 않는 특성이 있다. 이 교차점을 메타센터(Metacenter; M) 혹은 경심(傾心)이라고 한다. 만약 이 메타센터(M)가 중심(G)보다 높이 있으면 복원력은 플러스(+)가 되어, 배가 어느 정도 기울어져도 바로 선 상태로 돌아오기 때문에 안정되지만, 반대로 메타센터(M)가 중심(G)보다 낮으면 복원력은 마이너스(-)가 되어 배는 전복한다. 이때 중심(G)으로부터 메타센터(M)까지의 거리를 「메타센터 높이」라 하고 일반적으로 「GM」이라고 한다.

 

▲ 요트가 심하게 기울어져도 다시 바로 서게 하는 복원력

커다란 돛에 바람을 강하게 받으면서 전진하는 요트는 크게 경사한다. 그러나 전복하지 않는다. 한 때 태평양을 횡단한 요트의 길이가 약 5.5미터의 작은 배이었다. 그러면 어떻게 이 작은 배가 태평양의 거친 파도 속을 항해할 수 있었겠는가. 사실은 요트가 바람에 밀려가지 않으면서 동시에 큰 복원력을 얻기 위하여 배 밑창에 날개 모양의 대단히 무거운 추를 길게 선저 아래쪽으로 돌출되게 설치하였다. 이것을 센터킬(center keel)이라고 한다. 이 센터킬에 의해 요트의 무게중심(G)이 아주 낮게 되어 복원력을 대단히 좋게 할 수가 있다. 따라서 작은 요트일지라도 1만 톤급 화물선과 같은 정도의 복원성능을 가지게 된다.

복원력곡선 즉 「GZ 곡선」은 수학의 사인 커브와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말하자면 영(zero)에서부터 올라가기 시작하여 곡선의 정상을 넘으면 점점 낮아지면서 마이너스(-) 값을 갖게 된다. 이 GZ 값이 플러스(+)에서 마이너스(-)로 변하는 점을 복원력 소실각이라고 한다. 이렇게 선체가 과도하게 기울어지면 전복되는 것이다. 일반 선박에서는 소실각이 50~60도 이지만 외양 항해용 요트은 150~170도인 것도 있다. 즉 일단 전복하여도 파도와 바람과 같은 외력의 영향을 받아서 원래대로 돌아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다만, 최근 레저용 요트는 복원력 소실각이 110~120도로서 비교적 작은 배도 있고, 이러한 배에서는 전복하면 원래대로 바로 서지 않고 큰 해난으로 연결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와 같이 복원력은 배의 안정성과 직결되어 있다.

 

▲ 화물의 선적 위치에 따라서 변하는 복원력

배의 복원력은 화물의 선적 위치에 따라서 변한다. 화물의 상하 위치에 따라서 배의 무게중심(重心)의 위치가 변하기 때문이다. 컨테이너를 만재한 배는 겉으로 보기에는 중심이 상승하여 복원력이 좋지 않을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무거운 컨테이너를 가급적 배의 아래쪽에 싣고, 가벼운 컨테이너는 위쪽에 싣기 때문에 중심이 상승하는 것을 억제한다. 항구에서 배의 어느 쪽에 화물을 적재하는가는 항해의 안전성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배의 1등 항해사는 선장의 지시를 받아서 적화계산용 컴퓨터를 이용하여 적화계획을 수립한다.

복원력을 높이기 위하여 선저 탱크에 해수를 싣는다. 이 물을 ‘밸러스트’ 혹은 ‘평형수’라고 한다. 특히 화물을 양하시에 선저 평형수 탱크에 해수를 주입하여 중심을 낮춤과 동시에 흘수를 깊게 한다. 밸러스트용 물의 주수(注水)와 배수(排水)과정을 통해서 해수에 포함된 각종 수중 생물이 세계 각지에 운반되어 지역의 고유 생태계를 파괴하는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서 선박의 평형수 관리에 관한 국제협약이 정해져 있다.

탱크에 액체를 싣고 있는 배에서 이 액체가 배의 경사에 따라서 한 쪽으로 쏠리면 복원성이 나빠진다. 이 현상을 복원성에 미치는 자유표면의 영향(free surface effect)이라고 한다. 선박 설계에 있어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항목이다.

 

▲ 속력이 빠른 배의 복원력

배가 빠르게 항행하기 위해서는 배의 폭에 비해서 길이가 길어서 날씬한 선형이 필요하다. 그러나 전술한 바와 같이 배의 폭이 넓을수록 메타센터(M)가 상승하여 복원력의 크기를 표시하는 지표로서 배의 무게중심(G)에서 메타센터(M)까지의 높이인 GM이 커진다. 반대로 배의 폭이 좁을수록 메타센터가 낮아져서 GM이 적어지게 된다. 이로써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날씬한 선형의 고속선은 일반적으로 복원성이 나빠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중심(G)을 가능한 한 낮출 필요가 있다.

특히 여객선의 경우에는 선내 공간을 충분하게 할 수 없기 때문에 갑판의 수를 증가시켜서 확보하게 된다. 이 때문에 배의 상부 구조물을 강철판으로 하지 않고 가벼운 알루미늄 판을 사용하여 중심의 상승을 방지하는 대책을 취하고 있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서 배를 날씬하게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배의 길이와 폭의 비가 9 이상이면 충분한 복원력을 확보하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이러한 경우에는 배의 동체(胴體; hull)를 2개로 하여 수면 위 갑판을 연결하여 저항을 줄이고 복원력을 확보한다. 이것을 쌍동선(双胴船; twin hull ship)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동체의 수를 3개로 늘린 3동선의 고속선도 건조하고 있다. 심지어 5동선의 개발·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옛날부터 남태평양의 섬에서는 선체의 양 쪽에 길쭉한 플로트(float)를 설치한 소형선을 사용하였다. 이 역시 복원력을 증가시키기 위한 지혜로서 거친 바다에서도 안전하게 고속으로 항주가 가능한 장점이 있다.

 

▲ 동적 복원력과 에너지

동적복원력(動的復原力)을 에너지의 관점에서 본다. 에너지 즉 일의 양은 힘에 거리를 곱한 것이므로 회전운동의 경우에는 모멘트에 각도를 곱한 것이 된다. 앞서 설명한 복원정(GZ)에 배의 배수량을 곱하면 모멘트가 된다. 이 모멘트에 각도를 곱하여 더하면 즉 적분하면 에너지를 표시하는 값이 된다. 말하자면 복원력곡선(GZ곡선)을 적분하여 복원력곡선의 면적을 구하면, 이것이 에너지를 배수량으로 나눈 것이 된다. 이 면적의 값을 동적복원력이라고 한다. 이때 배수량은 일정하므로 이 동적복원력은 에너지에 비례하는 값이다. 예를 들면 복원정 GZ를 횡경사각도 0도에서 10도까지 적분한 값은 그 배를 10도까지 경사시키기 위하여 필요한 에너지를 표시한다. 엄밀하게 말하면 에너지를 배수량으로 나눈 값이다.

동적복원력은 선박에 어떠한 외력이 작용했을 경우에 몇 도까지 경사될 것인지 혹은 어는 정도로 안정성이 있을 것인가를 판정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서 대각도 경사시의 복원성과 마찬가지로 선박의 복원성에 극히 중요한 의의를 가지게 된다. 국제해사기구(IMO)는 배가 횡풍이나 횡파 속에 놓인 상태에서 전복되지 않는 한계를 규정한 국제규칙을 만들어서 항행하는 선박이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도록 규제하고 있다.

 

▲ 배의 복원력이 커지면 승선감이 떨어진다.

복원력이 커지면 배의 안정성은 향상되지만 승선감이 떨어진다는 문제점이 있다. 복원력이 크면 횡요 고유주기가 짧아져서 배가 아주 빠르게 좌우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선상에 있는 사람은 거의 모두가 뱃멀미를 하게 된다.

고유주기란 진동하는 물체가 자연히 동요하는 주기를 말한다. 고유주기는 복원력이 클수록 빨라진다. 배의 고유주기와 배가 받고 있는 파도의 주기가 일치하면 배는 아주 크게 동요 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을 동조(同調) 혹은 공진(共振)이라고 한다. 고유주기가 짧은 배는 중심이 낮게 있고 배의 상부가 가벼워서 복원력은 좋지만 고유주기가 짧아서 승선감이 좋지 않은 배는 경두선(輕頭船; bottom heavy ship; stiff ship)이라고 한다. 반대로 중심이 높게 있고 배의 상부가 무거워서 복원력은 적지만 승선감은 좋은 배는 중두선(重頭船; top heavy ship; tender ship)이라고 한다. 중두선은 비교적 느긋이 동요하지만 크게 기울어지면 전복의 위험성도 있다.

이와 같이 안전성 때문에 복원력을 크게 하면 승선감이 나빠지고, 반대로 승선감을 좋게 하기 위해서 복원력을 적게 하면 안전성을 확보할 수 없게 된다. 선박의 설계에 있어서 이 2개의 상반되는 성능을 보다 좋게 만족시킬 수 있는 복원력의 크기를 결정하는 게 중요하다.

 

▲ 파공이 있어도 침몰하지 않게 하는 수밀구획(水密區劃)

배가 충돌 혹은 좌초하여 선체에 파공이 생기면 선내에 침수가 시작되고 선내 전체에 침수하면서 배가 침몰할 수 있다. 이는 배가 부력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태를 방지하기 위하여 선내에는 수밀격벽으로 이루어진 수밀구획을 설정하여 침수를 일부 구획에 한정하도록 함으로써 배의 안전성을 확보하도록 하고 있다. 이와 같이 수밀로 되어 있는 구획을 수밀구획이라고 한다. 이러한 구획의 둘레는 물이 통하지 않는 수밀격벽으로 나누어져 있다. 수밀구획이 많을수록 안전성이 향상되는 장점이 있지만 작은 격실이 많아져서 화물의 적·양하 작업이 복잡해지고 격벽이 많아져서 배의 무게가 무거워지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배의 설계에 있어서는 안정성도 확보함과 동시에 가능한 한 많은 수밀구획을 취하도록 한다.

또한 배가 수중의 암초에 좌초한 경우에도 침수되지 않도록 일반적으로 선저를 이중으로 한다. 이것을 2중저(double bottom)라고 한다. 그러나 이중저가 없는 탱커에서는 해난사고 시 선저 파손으로 인해 대량의 기름이 유출되어 연안의 해양환경을 오염시키는 사고가 자주 발생하여 최근에는 선저 뿐 만 아니라 선측부도 2중으로 한 탱커를 운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것을 이중선체 구조 유조선(double hull tanker)이라고 한다.

 

□ 자료출처 : <월간 海바라기> 2017년 10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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