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해기사는 침착히 침몰 사고를 막았다

등록일2020-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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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해기사는 침착히 침몰 사고를 막았다

 

 

■ 온 청춘을 바다와 보낸 베테랑 해기사, L기관장!

󰡒삐웅 삐웅 ! 경보(Alarm) 싸이렌이 선내에 울려 퍼졌다󰡓. 긴 항해 당직과 한국의 P항(정박지)에 입항 S/B후 침실로 올라와 지친 몸 소파에 묻어 잠을 자던 기관장 L은 경보사이렌 소리에 눈을 떴다.

 

1972년에 선원수첩을 발급받은 후 많은 어선, 만 톤이 넘는 다양한 선종의 상선에서 기관사와 기관장으로 일평생 승무한 L기관장!. 자그마치 40년! 젊은 날 시작된 해상생활이 초로가 된 지금도 승선경력에 이은 솜씨는 젊은 시절 못잖게 기름냄새 짙은 기관실은 물론, 선내의 모든 기기정비에 빛을 발하여 안전운항에 기여한 점은 가히 일등공신이라 할 수 있다.

 

■ 기관실 침수되다

베테랑 기관장들은 기관실 몇 층 위, 먼 곳에 위치한 침실에서 잠을 자면서도 기관실로부터 들리는 기기 소리만 듣고도 상태를 안다한다. 즉 지금 주기관 회전수가 얼마로 작동되고 선내 어느 기기가 정상․이상임을 알 수 있단다.

2011년 11월 0일 밤 21시 40분 멈추지 않는 싸이렌에 L기관장은 반사적으로 일어나 심상찮음을 느끼면서 기관실로 달려 내려가 2층에 위치한 콘트롤룸으로 들어갔다. '무슨 얼람인가?', '네 빌지얼람(선저폐수경보장치/Bilgealarm) 작동입니다.' 그때 까지도 기관당직부원 외국인 M은 큰일 아닌 것처럼 대답했다. L기관장은 M을 탓할 생각도 없었고 여유도 없었다.

즉시 계기반의 경보를 정지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빌지웰이 위치한 곳에 이르러 발판 아래를 보는 순간 전율을 느끼며 두려움이 뇌리를 스쳐갔다. 그가 확인한 것은 평상시 빌지웰에 고이는 빌지량의 증가가 아니었다. 분명 냉각수파이프나 기기의 이상, 또는 선체 어느 곳이 파공되어 갑작스럽게 불어난 해수임을 즉각 알아차렸다. 1등기관사와 남은 다른 당직부원을 소집하여 기관실을 점검했으나 바닥이 온통 해수로 덮여 있어 쉽게 발견되지 아니하였다. 계속해서 불어나는 해수, 원인을 못 찾고 허둥대는 선원들과 함께 L기관장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었다.

 

■ 해수 침입 장소 발견 ... L기관장의

긴급 조치

22시 30분! 비상펌프를 작동하여 해수를 밖으로 배출하는데도 해수는 계속 들어오고,,, 피를 말리는 듯한 상황이 450분이 흐른 뒤 L기관장은 기관실 전부 선저외판에 5-6cm가 파공되어 해수가 샘물처럼 솟아 오르고 있는 것을 마침내 찾아냈다.

가장 시급한 것이 해수의 차단이었다. 파공장소에 접근하기가 너무나 힘들었다. 밸러스트펌프 아래, 수많은 파이프와 브라켓이 거미줄처럼 설치되어 있는 곳, 그러나 L기관장은 침착하게 기관실에서 나무쐐기를 만들어 파공부위에 박아 넣었다. 해수의 유입은 더 이상 없었다. 위기의 시간을 넘긴 것이다.

 

■ 안전조치 후 출항, 그리고 수리

L기관장이 기관부원들과 허리위로 차오르는 물속에서 사투를 벌이는 동안 선장의 연락을 받은 항만청, 해양경찰 등 관계관들과 수리전문업체(다이버 포함)가 도착한 새벽!

다이버가 다시 선저로 잠수해서 알맞은 쐐기를 만들어 밖에서 안으로 쳐 박고 특수 수중본드를 발라 안전하게 처리하고 선급의 임시항행검사 실시, B항까지 항행허가를 받아 D호는 P항을 출항하였다. B항 입항후 D호는 파공부위를 모두 절단․떼어내고 새철판으로 교환, 선급검사를 받음으로써 L기관장의 고난은 마침표를 찍었다.

 

■ 선체 파공에 대한 원인고찰

1) 선저 파공과 D호의 정비상태

대부분의 선박은 장기사용하면서 선체에 대한 정비를 정규적으로 이행하지 아니할 때에는 해수접촉에 의한 선체가 급격히 부식되어 파공이 발생한다. D호의 안전을 위하여 선급검사(Docking 중)는 정상으로 잘 이행되었고 불과 약 10개월 전에도 선거에 올려 선저부위 두께를 계측한 바, 선령이 32년이란 것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쇠모한도(원래두께의 20% + 1mm/선급규정)에 훨씬 못 미치는 양호한 상태였다. 이는 소유자나 선급 모두 정비․검사업무에 충실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겠다.

 

2) 사고원인, 기관실 선저 국부부식

이번 D호 침수로 인한 조난사건에 대하여 해양안전심판원에서는 사고원인을 국부부식에 의한 파공으로 판단하였다. 이에 국부부식에 대하여 잠깐 고찰해 보자

 

가) 국부부식(Local corrosion, 局部腐蝕)과 집중 낙수(落水)

(1) 국부부식

국부부식은 전면부식에 상대되는 용어로 한 곳(局部)에 집중해서 일어나는 부식으로 국부집중부식이라 하기도 한다. 이 부식작용은 매우 짧은 기간 안에 내부로 깊게 진행되면서 결정립자가 떨어지게 한다. 여기에 부식 진행속도나 정도는 당시의 선체진동, 접촉, 마찰력, 온도, 습도 등과 같은 외부요인 및 주변환경에 의하여 크게 달라진다 할 수 있다.

(2) 선박평형수펌프(Ballast pump)에서 낙수(落水)와 기관실 바닥 국부집중부식

기관실 여러 펌프 가운데 하나인 밸러스트펌프는 이 사고발생 2년 전인 미상 일부터 작동시는 물론, 정지시에도 펌프글랜드로부터 해수가 과다하게 누수 되고 있었고 누수되는 해수는 펌프 받침대를 타고 흘러 발판아래 설치된 수 많은 배관을 경유, 한 배관 플랜지 끝단, 약 40센티미터 아래 한 곳에 장기간 일정하게 떨어지고 있었다.

이 부분은 펌프의 누수와 선저폐수 증가․배출로 인하여 젖음과 건조함을 반복하는 과정과 해수가 집중적으로 떨어지고 있었지만 접근하기가 매우 곤란한 위치에 있어 입거(Dry docking) 시에도 검사원이 발견하기가 쉽지 않아 검사 시는 물론, 국부집중부식에 대한 경험을 접하지 못한 L기관장도 운항 중 점검하기가 매우 어려운 곳이었다.

 

(3) 선체두께와 부식파공

사고 후 철판 전체를 절단․떼어 냈을 때 파공부위를 제외한 부근의 철판 두께는 매우 양호한 것으로 확인된 점은 국부집중부식에 대한 사실을 더 명확하게 하였다.

결국 L기관장 승무 오래 전부터 이 부분이 해수의 집중낙수에 의하여 국부부식이 서서히 진행되고 있었으나, 기관실 구조상 이를 발견하지 못하는 가운데 철판은 얇아져 가고 미세한 균열(Hair crack)이 발생하며 그 위에 부식생성물인 녹이 두껍게 쌓여 가고 있는 상황 하에 어느 순간 녹이 떨어져 나가면서 균열부분으로 해수가 들어오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확장되어 파공된 것이다.

(4) 선체진동으로 인한 녹의 탈락

일반적으로 항내 입항해서 닺을 놓을 때 전․후진으로 주기관을 다양하게 사용함으로 선체진동이 증가한다. 특히 후진을 하는 경우에는 선체의 진동이 평상시보다 매우 심하다. 이때의 진동으로 인하여 부식부위에 덮여있던 녹이 탈락되었다고 판단된다.

이는 L기관장이 투묘를 완료한 14시 40분경 선저폐수가 없음을 확인했고, 이후, 19시 30분경 전임당직자로부터 당직을 인계받은 2등기관수도 교대 시 바닥을 점검하였기 때문에 19시에서 20시 사이에는 기관실에 해수의 유입은 없었다고 고려된다.

결국 닻 투묘 시 진동에 의하여 국부부식된 부위의 녹이 떨어져 나가고 수압에 의하여 얇아진 선저(외판)가 균열되고 균열부위가 서서히 확대되면서 해수가 유입하기 시작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파공부위가 더 확대되고 21시 40분경에는 경보가 발할 만큼 해수 양이 급속히 증가하게 되었다.

 

■ L기관장에 대한 징계와 교훈

그동안 해양안전심판원에서는 사고를 발생시킨 해기사에게 과실을 물어 0개월 업무정지 또는 견책을 한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해기사에 대한 징계보다도 오히려 D호의 L기관장에게 신속한 사고발견, 사고 후 긴급 처리, 확대사고 및 오염사고를 예방하여 과실과는 별개로 칭찬과 격려하고픈 마음이다. 무엇보다도 기관장이 평소에 기관실 바닥정비(청소)를 깨끗하게 유지 한 것(입항전 빌지도 모두 정상적으로 선외배출하고)은 2차사고인 해양오염을 예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선급에서도 이러한 단일선체(D호는 기관실 선저만 단일선체인 특이한 경우)에 대한 검사를 강화해 나가기로 한 것도 안전운항을 위해 매우 다행스런 일이라 할 수 있다. 이 사건을 통해 많은 선상생활의 노련한 경험이 매우 주요하다는 것과 국부집중부식의 이해 필요성, 예방방법, 긴급조치법을 일깨워 주는 바가 매우 크기에, 우리 모든 해기사 및 검사기관이 교훈삼아 철저한 점검․정비를 계획한다면 보다 안전한 운항이 보장되리라 믿는다.

 

■ 마무리

오늘도 내일도 변함없이 사랑하는 가족을 뒤로하고 거친 파도위에서 전 선원들이 한 마음이 되어 선박정비에 힘을 다하며 안전항해를 하고 해양대국의 최전선에서 수고하는 모든 해기사님들과 선원여러분에게 경의를 드리며 무사 항해가 되길 빌어본다. 본보이지 ♡

 

김 규 상 l 동해지방해양안전심판원

 

□ 자료출처 : 海바라기 2012년 4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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