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성

등록일2020-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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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성

 

 

나는 그간 늘 호주를 다니면서 남십자성과 가까이 지냈다. 적도를 지나 남반구로 가면 맑은 밤하늘에 눈에 띄게 빛나는 별은 호주 국기의 상징인 남십자성이다. 그런데 올해 들어 처음 캐나다 밴쿠버로 향하면서 9월 16일 광양을 떠났다. 하늘 높고 맑은 고국의 가을을 즐길 수 없어 서운했지만 동해 바다를 3일간 가로질러 일본 북해도 사이 쓰가루 해협을 통과했다. 한국에 가을비를 뿌린 저기압을 벗어나 북태평양에 들어서니 의외로 날씨가 좋았다. 이 바닷길은 안개와 파도로 뱃사람들에게 불안을 주는 곳이기도 하다.

 

선원들의 간절한 기원 때문인지 오늘 따라 유난히 밤하늘이 청명하다. 물론 바다 날씨도 순풍이라 배도 잘 달린다. 이 바다에서 밤하늘을 바라보며 별을 헤아린다는 것은 여간 드문 일이 아닌데 머리 위에 펼쳐진 은하수를 보면서 마음이 부푼다.

 

우리의 위치는 북위 45도이다. 쿠릴 열도 일본 북방 4개 섬을 지나 동북쪽으로 항해하고 있다. 북위 45도에서는 북극성 높이가 45도라 우리나라에서보다 높이 떠 보인다. 적도에서는 0도, 북극에서는 90도로 보여 북극성의 높이는 곧 자기 위치의 위도를 표시해 주고 있다. 그래서 바다에서는 북극성이 항해의 길잡이가 되는 것이다.

 

북녘 하늘에는 유서 깊은 별자리도 많다. 북동에서 남서로 온 누리를 가로지른 은하수 사이에 자리한 성좌들을 바라보며 이름 모를 무수한 별들과 솜구름 같은 은하를 감상한다. 그들은 모두 크고 작은 파장을 우리에게 보내 주고 있다. 억겁을 변화없이 자리를 지키는 별들, 그중에 이미 없어진 별도 지금껏 우리에게 빛의 파장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북극성이 그러한 별 중의 하나라고 천문학자들은 말하고 있다.

 

실체는 없어졌는데 있는 것. 북극성은 우리의 길잡이요 항해의 기준이다. 지금도 오고 있고 앞으로 몇 억년 오고 있을 북극성의 빛과 그 파장은 우리에게 소망으로 상존하고 있다. 그리고 그 북극성을 축으로 수없는 별들이 맴돌고 있다.

 

북두칠성과 작은곰은 북극성을 끈처럼 붙들면서 돌고 있다. 우리의 한 뼘 안에 들어오는 별들의 거리는 수십 광년이 된다.

 

1광년은 빛이 1년간 달리는 거리이니 시속 1,000킬로미터로 달리는 제트 여객기로 100만년간 가는 거리이다. 역시 우주는 거시적 세계이다. 이 무한대를 인식하기 어려운 우리 인간은 우주의 신비를 풀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과연 얼마나 어디까지의 무한인지 알 수가 없다. 우주는 인간이 느끼는 4차원(3차원+시간)을 벗어난 다른 세계일 것이라는 추측을 해본다. 우리 우주 크기가 80억 광년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우주가 수백억 개이고, 우주간 거리가 20광년이라 하니 우리 지혜가 미치지 못 할 것 같다.

 

처음과 마지막이 없는 차원,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없는 세계. 우리의 1만년이 우주의 찰나, 아니 무의 상태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미시적 세계에서 살고 있다. 그래서 때로는 내 몸을 우주의 거시적 돋보기로 비추어 보면서 내 몸을 지으신 창조주를 통해 우주를 이해하려 하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래서 창조주를 전지전능(全知全能), 무소부재(無所不在), 무소불능(無所不能), 무소부지(無所不知)라는 인간적인 언어로 표현해 버린 것 같다. 우리 인간의 능력으로 그 분을 안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다만 계시로 보여준 모습 정도밖에는.

 

지구상에 생존하고 있는 인간은 대개 4차원과 중력의 범위에서 존재한다. 그러나 좀 더 묵상해 보면 영의 세계는 무차원이라는 점을 연상하게 된다. 어떤 형체가 필요 없고 시간과 공간의 구애를 벗어나 무중력 상태에서 어디에서나 자유자재로 지구의 운동법칙에 무관한 운행이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영의 세계는 그래야만 될 것이다. 깊은 관심과 연구가 요구된 부분이다.

 

밤하늘을 바라보면 우주의 신비에 넋을 잃는다. 이러한 우주를 창조하신 신을 믿게 된 우리 자신이 대견스럽다는 자부도 해본다.

 

배는 북태평양을 가로질러 동으로 달리고 있다.

 

 

박 인 석 ㅣ前 선장

 

□ 자료출처 : 海바라기 2010년 7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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