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수 없는 'DRAGON ACE NO. 1'

등록일2020-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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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수 없는 'DRAGON ACE NO. 1'

권 영 민, 선장

 

 

1993년 따뜻한 봄날 울산의 어느 조그마한 항구에서 우현이라는 이름을 명명(命名)받고 바다로 나온 그녀는 어느덧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벌써 강산이 한번 홀딱 바뀌고, 반정도 바뀔 즈음에 이역만리로 시집을 가게 되었단다. 좋게 말해서 시집가는 것이지 거의 팔려가는거나 다름없다. 유행가 가사(세월이 야속하더라 가는 당신이 무정하더라)의 한 구절의 신세가 되어버린 그녀는 그동안 지나온 세월을 더듬어 보면 정말 파란 만장 정도가 아니라 수십 만 장도 넘을것 같다.

원래는 이번 시집이 처음이 아니라 2002년도 한번 팔리고 이름 또한 우현에서 용(DRAGON)으로 바뀌었는데, 용도 보통 용이 아니라 최고(ACE)의 용이 되었고 그것도 모자라 둘째, 셋째도 아닌 첫 번째(NO.1)가 되었으니 그 위상이 가히 짐작이 갈만하다.

그리고 고향의 동네 가까운 곳에서 생활을 하게 되었으니 출가외인 아니라 출가내인의 생활을 하면서 묵묵히 비바람과 거친 파도를 헤치면서 톡톡히 자식 노릇을 해 왔으니 참으로 기특하지 아니한가, 그리고 그동안 얼마나 많은 가족들이 그녀와 같이 생활하다 지나쳐 갔는가, 그런데 이런 그녀에게도 드디어 올것이 오고 만 것이다.

다름이 아니라 중국 양쯔강 유역에 거주하는 인민들이 세상에 우리 그녀 보고 너무 늙었다고 들어오지 말라는 것이다. 몸은 60이지만 마음만은 언제나 청춘인데 현실이 너무 야속했다. 우리는 이때부터 그녀와 언젠가는 또다시 긴 이별을 할것이라는 예감을 처음 갖게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것에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언제나 자기의 파란 바닷길에 하얀 궤적(軌跡)을 남기면서 힘차게 나아가기만 하였으니, 세상사의 모든 일을 체념하는 것이 아니라 초월하는 자세로 일관하는 우리의 그녀가 정말 멋지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한번의 시집살이에 희생되어 지칠대로 지친 그녀가 원래의 우리에게 돌아온 지 얼마 안 되어 이번에는 정말 멀리 머얼리 고향을 등지고 떠나게 생겼다. 어느날 선을 보러온 외국인은 잠시지만 그녀의 자태에 홀딱 반했는지 보고 간지 얼마 안 되어 그녀를 데려가겠다고 계약을 끝냈는지 어쨌는지 지금은 우리 그녀의 마지막 항차 출발지에서 이방인 두사람이 올라와 부산까지 동승하고 있고 역시 이사람들도 그녀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

아! ……

언젠가 우리가 그녀를 생각하며 이야기를 할때면 그녀도 우리를 생각할까?

나는 절대 그녀를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녀는 내가 선장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을 내딛게 도와준 고마운 그녀는 나의 가슴속에 남아 바다에서 나의 인생이 끝나는 날까지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떠나는 그녀에게 뭐라고 마지막 인사를 건네야 할지 정말 난감하다. 그냥 잘가라고 할까! 아니면 󰡐항상 건강해야해󰡑라고 말해야 되나, 정말 멋지게 한마디 하고 싶은데 설마 헤어지는 당일날 한마디도 못하고 묘박지에 놔두고 밋밋하게 되돌아 오면 안 되는데 정말 큰일이다. 설상가상으로 그녀 앞에서 눈물을 보이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다.

하지만 걱정 안 해도 된다. 그녀가 누구인가 말 그대로 씩씩한 그녀가 아닌가! 오히려 헤어지는 우리에게 서로의 갈길을 묵묵히 가르쳐 주는 그녀가 아닌가! 언제 어느곳에서도 힘차게 물살을 가르며 오로지 앞으로만 전진하고 있을 그녀가 아닌가! 정말 사랑했었고, 그래서 절대 잊을 수 없는 그녀여 이젠 안녕!

 

□ 자료출처 : 海바라기 2008년 9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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