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6개국 6개항 기항

등록일2020-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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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6개국 6개항 기항

 

김 성 재

 

보르네오의 1항구, 싱가포르 및 말레이지아의 항구등 도합 6개항에 들여 합판과 목재를 싣고 수에스운하를 통과하여 유럽에 가게되어 있었다. 그리고 수하주(受貨主)가 여러나라 사람이어서 구라파에서도 네덜란드의 암스텔담, 영국의 티버리등 5개국 5개항에 들리게 되어 있었다. 따라서 배를 타면서부터 내가 이제까지 가본 일이 없는 구라파의 여러나라 항구에 들릴 수 있게 되어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였다.

15년만의 필리핀 기항

79년 4월 23일부터 4월 30일까지 약 일주일간에 필리핀의 잠보앙가, 다바오, 비스리그 등 세 항구에 들여 목재와 합판을 적재하였다. 나는 대한해운공사의 부산호로 약 6개월간 대만과 필리핀 간의 항해를 반복한 일이 있었다. 그때 부산호는 기간용선 되어 대만(카오슝)에서는 시멘트를 싣고, 필리핀에 가서 풀었다. 그리고 필리핀에서는 나왕원목을 싣고 카오슝에 다시 돌아가 푸는 항해를 반복했다.

대만과 필리핀은 성질면에서는 다르지만, 선원에게는 다 같이 구수하게 매력이 있는 곳으로서 좋은 항로를 뛰었다는 추억이 남아 있었다. 그때로부터 꼭 15년 간 한번도 필리핀에 들릴 기회가 없었다. 따라서 당시 나의 필리핀 기항은 나에게 모처럼 고향에 가는 듯한 기분과, 과연 얼마나 변했을까 하는 기대감 같은 것을 동시에 갖게 했다.

당시 시멘트의 양항은 주로 큰 도시항구가 되었기 때문에 마닐라를 비롯해서 다바오, 비스리그 등 큰 항구는 거의 다 들렸다. 또 나왕원목을 싣기 위해서는 불개항(不開港) 같은 데도 들렸기 때문에 이번에 입항하게 된 비스리그 등 개발중에 있는 여러 포구(浦口)에도 들리게 되었다.

그래서 필리핀에는 도시와 이름없는 포구에도 낯 익은 곳이 많았다. 그때는 아직도 제2차 세계대전 중 <필리핀>을 점령하고 있던 일본인에 대한 감정이 남아 있던 때로서 일본인 선원들이 더러 수난을 당한다는 소문이 있기도 했다. 그래서 우리 한국선원도 일본선원으로 오인받아 피해를 입을 염려도 있다는 경고를 대리점 수속인으로부터 듣기도 했다. 따라서 필리핀 사람들의 대일본인 감정을 염두에 두고 상륙시 처신에 신경을 썼다.

우리 한국선원이 상륙시 일본인으로 보고, 한국선원 앞으로 와서 도모다찌(동무)하고 말을 걸어오며 반사이하고 양손을 들어 만세를 부르는 자세를 취하면서 호의를 보이고 돈이나 담배를 달라고 󰡒완 페소!󰡓 󰡒완 씨가렛󰡓하면서 손을 벌리는 소년들도 흔히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입항하는 항구에는 어느 곳이나 왓치맨, 세관승감, 출입국관리 등을 승선 시키고 있었다. 그런데 당시 입항때에도 이러한 현상은 그대로 변함이 없었다.

배에 승선하고 있는 승감은 당시 선원이 가지고 있는 휴대품을 팔도록 권유하고 또 이 휴대품을 살 장사꾼의 소개도 하고 있었다. 따라서 다음 필리핀 기항시 무슨 물건을 가져오라는 등 󰡒스멀비지니스󰡓(동남아세아에서는 배에서의 상행위를 이렇게 말함)를 알선하는 역할도 하고 있었다. 따라서 필리핀 승감은 선원을 감시하는 관리로서 보다는 선원의 편의를 도모하는 소개장이 정도의 인상을 주기도 했다.

그러니 필리핀은 자연히 선원에게 어딘가 구수한 분위기 마저 느끼게 했다. 그런데 15년후에 필리핀에 입항해보니 일본인에 대한 감정은 없어진 것 같았으나, 외국 선박을 통한 실업자 구제(?) 역할에는 여전히 변화가 없었다. 그러니 우리 외국 선원에게는 이들 관리들이 필리핀이라는 나라에 프라스 보다는 마이나스 요인이 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만 비쳐졌다.

필리핀도 인구밀도가 높고 실업자가 많아서 인건비가 싸기 때문에 다국적 기업의 관심대상이 되는 나라임에는 틀림이 없이 보였다. 그 한 예로서 필리핀에 마지막으로 입항한 비스리그는 1964년에 입항했을 때는 제재소가 하나 있는 조그만한 어촌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 때에는 제재소 외에도 합판, 펄프, 제지공장 등이 들어서서 제법 큰 공업단지화 되어 있었으며 도시도 인구 5만 정도로 시가지화 되어 있었다.

따라서 필리핀도 어느정도 산업화의 물결을 타고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ㅣ자료출처 : 해기 2006년 1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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