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 운하

등록일2020-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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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마 운하

주갑동

 

모험은 모진 고통과 엄청난 희생을 가져오게도 하지만 기적 같은 위대한 업적을 낳아 인류 문명에 크게 기여하기도 한다. 그 하나의 예로 파나마 운하의 거대 건설 프로젝트는 인간이 자연에 저지른 오만 방자한 모험인 동시에 비길데 없는 공학의 승리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파나마 운하는 남북 아메리카 대륙의 결절점(結節点)을 이루는 파나마 지협을 횡단하여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운하로서 태평양 연안의 발보아항에서 대서양의 크리스토벌항까지 전장 64km이다. 카리브해로 흘러드는 차레스강을 막아 축조한 가툰호 안에 만들어진 34km의 수로 및 파나마만 쪽의 미라플로레스호안에 만들어진 1.6km의 수로와 이 두 호수 사이에서 지협의 척추 구실을 하는 구릉지를 15km나 파헤쳐 만든 쿨레브라 수로로 구성되어 있다.

카툰호와 쿨레브라 수로의 수면표고는 26m이며 미라플로레스호의 수면표고는 17m로 이 두 호수 사이의 표고차는 물론 호수와 해면의 표고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갑문방식이 이용되고 있다. 파나마만에서 미라플로레스호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2단식의 미리플로레스 갑문, 여기에서 쿨레브라 수로로 통하는 입구에는 1단식 페트로미켈 갑문, 가툰호에서 카리브만으로 나가는 출구에는 3단식 가툰 갑문의 작동에 의해서 운하를 통과한다. 연평균 이용 선박 수는 약 1만5천 척 운하를 통과하는 데에는 약 8-10시간이 소요된다. 운하 통행료는 선박의 크기나 무게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통행료는 약 3만 달러, 여객선 엘리자베스 2호의 통행료가 1만천7백 달러였는데 비해 리차드 할리부턴이라는 사람이 수영을 하면서 통과하여 36센트의 통행료를 냈다고 한다. 2001년 회계 연도의 경우 운하 총 매출은 5만7천9백만 달러, 총 통과 선박 수는 1만2천2백여 척이었다.

화물선 페시픽 리더호는 카나다의 벵쿠버항에서 곡물 3만여 톤을 싣고 파나마 운하를 통과 알제리아로 가기 위해 파나마의 발보아항 검역묘지에 닻을 내렸다. 오전 8시경이었는데도 뿌연 물안개가 자욱하여 시계가 마치 새벽 같은 느낌이었다. 주위엔 여러 척의 크고 작은 선박들이 이미 도착해 있었다. 여러 가지 검사가 까다로워 오후 8시경에야 모든 입항수속을 마쳤다. 도선사와 독크 세일러가 승선하고 운하통과 차례를 기다리는 선박들의 대열에 들어섰다.

이윽고 날이 어두워지고 배는 서서히 파나마 운하 속으로 대륙을 횡단하기 시작했다.

첫째 갑문인 2단식 미라플로레스 갑문에 들어섰다. 배가 갑문 안에 들어서면 갑문을 닫고서 올라갈 때는 전방에서 급 배수 벨브를 열고 물을 갑문 안에 주입하며 내려갈 때는 배수한다. 배가 있는 갑문 안의 수위가 전방의 수위와 같아지면 갑문을 열고 갑문 양쪽 축대 위에 설치된 레일을 따라 예인차가 와이어 로프를 이용하여 선박을 끌어 당겨서 진행시킨다.

여기서는 배가 산으로 올라간다는 말은 거짓말이 아니다. 운하 정상의 가툰호와 쿨레브라 수로의 수면표고가 26m인데 그 곳까지 수만 톤 무게의 대형 선박들을 끌어올렸다가 내려보내고 있으니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올라간다는 속담을 만든 우리 선조들의 선견지명이 놀랍다. 운하의 규모와 가동은 정말 장관이었다. 파나마 운하 대역사(大役事)의 성공은 그야말로 인간의 위대한 승리다. 운하 정상의 인공호수 가툰호의 수로를 항해하면서 주위의 아름다운 경관까지 감상할 수 있어 감탄의 연속이었다. 다음날 오전 6시경 마지막 3단식 가툰 갑문을 통과하고 카리브해로 나가는 크리스토벌항에 내려섰다. 배가 산을 넘어왔는데도 아무렇지도 않다니 거짓말 같은 현실에 벙벙해진다. 항해거리로는 약 45마일 남아메리카의 최남단 마젤란해협을 돌아오는 태평양과 대서양 항로를 1만여 마일이나 단축시키는 거리이다. 보통 상선 속력으로 순항할 경우에도 약 25일은 족히 걸리는 거리를 겨우 10여 시간에 통과했으니 그 가치를 어찌 한마디로 헤아릴 수 있겠는가. 그러나 이런 찬탄의 배경에는 엄청난 대가가 치루워졌음에 주목해야 한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파나마 운하도 수에즈 운하를 완성시킨 프랑스의 레셉스가 건설에 착수했으나 복잡한 지형과 암석으로 이루어진 100m나 되는 높은 고지를 잘라내야 하는 어려움과 무더운 날씨로 인한 황열, 말라리아 등의 만연으로 20년에 걸친 프랑스인들의 노력은 결국 수포로 돌아갔고 미국이 그 운하 굴착권과 기계설비 일체를 인수하여 10여 년의 긴 기간에 걸쳐서 투입된 인원만도 유럽에서 만 2천명 서인도 제도에서 3천만명이었으며 총 공사비용은 3억9천만 달러의 방대한 노동력과 비용을 들여 준공을 보게 된 것이다. 이렇듯 백절불굴의 도전은 마침내 꿈을 이루어 내고 경이롭고 찬란한 세계를 창조한다.

파나마 운하를 넘어와 대서양 횡단 항해의 장도에 오른 페시픽 리더호의 J선장은 험산준령을 넘어와 눈앞에 펼쳐진 광활한 점령지를 바라보는 장수인양 의기양양했다. 바다는 항해사의 터전이기에 앞으로 닥칠지도 모를 휘몰아치는 폭풍과 사나운 파도쯤 아랑곳 않고 눈부시게 솟아오르는 동녘의 태양을 선수(船首)에 받으며 목적지 알제리아를 향해 미끄러지듯 나아갔다

 

◇ 자료출처 : 해기 2005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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