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

등록일2020-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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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

 

 

바람 그네를 타고 놀던 파도

수없이 엎어져

온몸이 새파랗게 멍들었어요

 

햇님 옷자락에서

숨바꼭질 하던 파도

얼굴이 새까맣게 그을렸어요

 

그래도 여름이 좋아

마냥 신이 나서

해종일  덩실덩실 춤을 춥니다

 

* 쓴 이 : 강지혜, 시인

* 분류 : 해양 동시

* 출전 : <해양과 문학> 24호

 

 

닷가에서(또는 바다에서 ) 바라보는 바다의 세 가지 등장인물은 필수적으로 바람, 파도, 해입니다 . 너무나 빤한 앎인데도 불구하고 이 시를 읽으면 읽을수록 전혀 새로운 발견처럼 다가옵니다. 바람, 파도, 왜 그런가요 바다는? 그렇습니다. 과연 그런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다에서 바람, 파도, 해, 이 셋을 건져내는 일이. 해종일 바닷가에서 이 셋을 찾아내기 위한 시인의 수고가 가슴에 뭉클 와 닿습니다.

 

바람이 불면서 파도가 일어서고 가라앉는 반복을 그네 타기에, 종국에 그 반복 운동은 덩실덩실 춤을 추는 모습으로……, 동심이겠죠? 이 시를 쓰는 분이 동심을 가졌으니 그런 그림이 가능하겠지요. 근데 저는 개인적으로 이 동시의 절창은 중장에서라고 생각합니다. 햇님 옷자락에서/ 숨바꼭질 하던 파도/ 얼굴이 새까맣게 그을렸어요. 이 부분은 여름, 바닷가 파도 옆 모래사장에서 노는 아이들이 구름에 가려졌다 다시 비추곤 하는 해종일 해에 그을고, 집에 갈 즘에는 얼굴이 까매졌다는 뜻이 아닌가요? 해가 구름에 가려지고(숨고) 다시 밝게 비추고(얼굴을 내밀고) 이렇게 반복됨을 숨바꼭질이라고 비유한 건 아닌가요? 저의 착각인가요? 저의 몽매에 용서를 구하면서(사실 저는 이런 착각하길 좋아한답니다) 부탁드리지만, 시인님의 설명을 듣고 싶답니다. 파도의 여운이 많이많이 길어지고 싶은 여름이었습니다.

 

* 심호섭_ 시인, 홈페이지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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