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 계곡의 암각화

등록일2023-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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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대 계곡의 암각화

- 해양문화유산을 찾아서

황을문 

 

 

경부고속도로 언양IC 나들목 지나 승용차로 10여 분가량 소요되는 곳에 건물 자체가 거대한 고래를 연상시키는 <울산암각화박물관>이 있다. 박물관 앞에 주차하고 대곡박물관이나 천전리 각석까지 대나무 숲에 길도 잘 정비되어 있으므로 산책 삼아 걸어가는 것이 주변 경관도 즐기고 좋을 것으로 본다. 물론 반구대도 1km 정도에 있으니 셋 모두 한 묶음인 셈이다. 박물관에서 내어 준 해설서에는 반구대란 거북이가 엎드려 있는 모양을 닮은 기암절벽이라 하는데 –실제로 박물관에서 배부하는 안내서의 지형지도를 보면 수긍이 간다- 대곡리 암각화, 그리고 두 암각화를 아우르는 약 3km 구간의 계곡 일대를 말한다. 수천 년 동안 인간의 생활상과 관념을 창의적으로 반영한 탁월한 유산으로 인정받아 2010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2021년에는 세계유산 우선 등재 목록에 선정되었다라고 알리고 있다.

암각화에는 사람과 육지 동물들 그리고 거북, 물개, 상어와 물고기, 물새 같은 바다 동물이 많지만 그중 가장 두드러지는 암각화는 바로 7종에 50여 마리나 되는 고래다. 그러면 지금보다 7,000~3,500년 전의 선사인들이 왜 고래를 이토록 내세웠을까? 라는 의문이 든다. 포경선 배와 작살을 이용한 고래사냥부터 포획한 고래를 나누는 분배선까지를 암각한 선사인, 우리 선조들이 후손들을 위해 남겨 둔 위대한 해양문화유산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용기와 능력을 <모비딕>이란 영화에서 볼 수 있었던가….

고래는 물고기와 유사하게 생겼지만, 해양 포유동물로 꼬리지느러미가 수평이며 주기적으로 물 밖으로 나와 숨을 쉬고 새끼를 낳아 젖을 먹여 기른다고 한다. 고래는 머리 모양, 배 주름, 분기와 지느러미 형태 등을 통해 종류를 알 수 있다. 종에 따라 분기할 때(숨을 쉴 때) 수증기를 뿜는 모습에 차이가 있는데, 북방긴수염고래와 혹등고래는 정면에서 보면 ‘V’자의 분기 형태를 보이며, 대왕고래는 수직 방향으로 가늘고 높게, 향유고래는 머리 끝부분에서 전방 45도 방향으로 분기한다. 나란히 측면으로 새겨진 3마리의 고래는 ‘V’자의 분기 형태에 비교적 완만한 머리 모양, 독특한 턱선 형태, 등지느러미가 없고 크고 넓은 가슴지느러미로 볼 때 북방긴수염고래로 보인다. 배의 주름은 대형고래 중에서도 로퀄(Rorqual) 고래에서만 관찰되는데 참고래 브라이트 고래는 배 주름이 배꼽까지 이어지고, 머리를 아래로 향하고 배의 주름을 잘 표현하고 있어 마치 수면 위로 비상하는 모습(브리칭, breaching)처럼 보이는 고래는 꼬리의 형태나 가슴지느러미로 보아 혹등고래로 보이고, 혹등고래는 가슴지느러미가 몸의 1/3을 차지할 만큼 크다. 주된 암면 우측에 측면으로 새겨진 고래는 가슴지느러미가 유달리 크고 머리 모양이나 꼬리 형태를 볼 때 향유고래로 보인다. 대곡리 암각화에는 새끼를 업고 있는 고래도 볼 수 있다. 갓 태어난 새끼고래는 숨을 쉬기 위해 혼자서 물 위로 부상하기 어려워 자주 어미 고래나 다른 고래의 도움을 받는데 혼자서 자유롭게 헤엄칠 수 있을 때까지 어미 고래가 이동할 때도 새끼를 업고 다니는 습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혹등고래나 귀신고래는 얕은 연안에서 새끼를 낳아 기르는 습성으로 인해 해안에서도 자주 관찰되면 새끼를 업고 있는 고래는 전체적인 생김새로 볼 때 귀신고래로 보인다. 암각화에서 비교적 분명하게 종을 구별할 수 있는 고래의 종류에는 1. 북방긴수염고래 2. 혹등고래 3. 귀신고래 4. 향유고래 5. 들쇠고래 6. 범고래 7. 상괭이가 있는데, 이 종들은 현재에도 전통 포경 기술을 이용하는 원주민들의 사냥 대상 종과 유사하다. 대곡리 암각화에는 배와 작살, 물에 뜨는 도구인 부구를 이용하여 고래를 사냥하는 장면이 상세하게 표현되어 있으며, 탐색-사냥-인양-해체라는 고래사냥의 전 과정을 표현하고 있다. 이는 과거 울산 태화강과 울산만 주변에 뛰어난 해양 어로 문화를 가진 포경 집단이 살았음을 보여준다.

2010년 울산 황성동 신석기 유적에서 발굴된 작살에 박힌 고래 뼈는 대곡리 암각화에 새겨진 고래사냥이 실제 울산 연안에서 있었음을 보여주는 고고학적 증거로, 유물연대는 지금으로부터 7,000년 전 즈음이라 한다. 동남해안 일대에서 출토된 고래 뼈와 유물을 통해 볼 때 대곡리 암각화의 제작 시기는 신석기시대 이후 약 7,000년에서 3,500년 전으로 추정된다. 대곡리 암각화가 알려지기 전까지 인간이 바다에서 처음으로 고래를 사냥한 시기는 10~11세기로 추정하였지만, 대곡리 암각화는 이보다 수천 년이나 앞선 유적으로 인류 최초의 포경문화를 보여주는 유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와 같은 박물관의 안내 해설서를 떠나 2020년 2월 6일 자 부산일보 16면 Joy 여행란 전면을 차지한 제명<바위가 들려주는 선사시대 이야기> 중 일부를 소개한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고래사냥, 반구대 암각화

천전리 각석 발견 1년 뒤인 1971년 12월 25일 동국대와 고려대, 연세대 합동조사단이 후속 조사를 위해 다시 반구대를 찾았고 마을 주민들은 하류 쪽에도 그림이 새겨진 절벽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마침 극심한 겨울 가뭄으로 사연댐의 수위가 5~6m 정도 내려가 있었고, 조사단은 물 위로 드러난 바위 면에서 고래와 동물, 사냥과 어로 장면 등의 그림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절벽 윗부분이 처마처럼 앞으로 튀어나와 있어 오랫동안 비바람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한 것도 천전리 각석과 비슷했다. 암각화가 집중적으로 새겨진 바위 크기는 약 8m, 높이 약 5m로 약 300여 점의 그림이 새겨져 있으며, 주변 10여 개의 바위에서도 그림이 확인된다.

(…………(하략)…………)

 

□ 자료출처 : <해양과 문학> 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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