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주권을 행사하려면

등록일2021-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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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 주권을 행사하려면

이종무ㅣ시인

 

 

“선생님, 군함을 만드는 돈 가지고 공장 만들면 고용이 창출되고 경제가 훨씬 더 나아질 것 같습니다.”

 

고전 문학 수업 시간에 이순신 장군의 한산도가(閑山島歌)를 읽다가 학생이 던진 말이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군사비의 일부라도 경제에 돌린다면 훨씬 국민의 삶이 나아질 것이라는 것은 틀림없이 맞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만 평화를 외친다고 평화가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북한, 러시아, 중국, 일본까지 군사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해군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없었더라면 바다의 제해권 상실로 인해 어떤 결과가 초래되었을 지는 상상하기 힘들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 눈에 보이는 이익만 좇아 바다를 소홀히 한다면 미래는 상상할 수조차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학생에게 두 가지 사건을 얘기하면서 해양 주권을 행사하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 얘기했다. 외교, 경제, 해양연구, 법적인 방법 등 해양주권을 행사하는 데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우리 식탁에 값싸고 품질 좋은 해산물이 올라올 수 있게 할 수 있는 여건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두 가지 사건에 대해 말해 주었다.

 

첫 번째는 다오위다오 즉 일본 명 센카쿠 제도 사건이다. 세계적으로 뉴스가 되었던 사건이라 학생들도 나름대로 들어서 알고 있다. 특히, 우리는 독도와 관련된 일본의 집요한 트집이 있는 터이라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해양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2010년 9월 중국 어부가 다오위다오 섬 인근에서 고기를 잡다가 일본 해경에 불법 어로 행위로 체포되면서 사건이 시작되었다. 이후 중국어선, 대만어선까지 가세하면서 규모가 커졌다. 결국 중국의 희토류라고 하는 광물 수출 금지 카드를 들고 나오는 바람에 일본이 물러선 사건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학생들에게 물어보면 대부분 중국이 이겼고 대규모 해군력으로 일본을 압도했다고 알고 있었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나는 당시 사건 기사를 인용해서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했다. 그래야 아이들이 믿을 것 같았다. 당시 중국은 해감선 6척, 어선 200여 척, 게다가 대만도 해안순방선 8척, 어선 60척이 가세했다. 단순히 숫자만 놓고 보면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일본은 해상보안청 순시선 80여 척이 그들이 말하는 센카쿠 섬을 지키기 위해 출동했다.

 

“자, 그럼 어선은 두고 해양 경찰함 14척과 80척이 싸운다면 누가 이길까? 국민의 재산을 지키는 배가 없다면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 생선은 어떻게 될까요?”

 

이후 중국은 해양의 중요성을 깨닫고 수적 열세를 벗어나기 위해 해군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랴오님함, 산뚱함 등 항공모함을 만들고 해양 경찰함을 대폭 증강하고 대형화하고 있다.

 

이쯤 말하면 아이들은 조용해진다.

 

“국가는 자국의 어민들이 안심하고 고기를 잡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육지에서 탱크를 만들고 하늘에서 전투기를 만들어 지키듯이 바다에서 함정을 만들어 지킨다면 우리 식탁이 풍성해지지 않을까?”

 

두 번째는 세진호 사건이다. 2008년 남해 홍도 앞 바다에서 세진호가 일본 측 EEZ를 침범했다며 일본 순시선에 잡힌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우리 해경과 일본 해경이 세진호를 사이에 두고 바다에서 밤샘 대치한 일이 벌어졌다. 결과는 무혐의로 밝혀져 대치가 풀렸지만 양국의 앙금은 풀리지 않았다. 일본의 과잉 대응이 지나쳤다는 사과를 받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었던 것이다.

 

나는 그 사건 이후 당시 우리 해경 함정에 복무했던 후배 교사로부터 들은 얘기는 충격적이었다. 어선의 무전을 듣고 출동한 해양 경찰함과 일본 순시선을 두고 서로 밤샘 대치했는데 당시 일본 해양경찰은 방탄조끼에 권총을 차고 있었고 가슴에는 수류탄을 장착하고 세진호에 올랐다고 한다. 그에 반해 우리 해양경찰은 방탄조끼는커녕 경찰봉을 허리에 차고 세진호에 올라 담판을 벌였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어이가 없었다. 만약 그럴 일은 없겠지만 일이 잘못되어 우발적 사고가 발생할 경우 ‘절단 나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후배 교사의 말이 떠올랐다. 다행히 우리는 GPS기록과 조업 및 항해일지를 제시했고 일본은 다른 증거를 제시하지 못해 세진호는 풀려났다. 만약 GPS 기록이 없었더라면 세진호는 일본에 나포되어 우리국민이 일본에서 재판받고 벌금물고 얼마나 억울했을까 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과연 해양 경찰이 없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수업 시간에 바다와 관련된 문학 작품이 있어 이야기를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나오는 부분이기도 하다. 학생이 알고 있던 것과는 달리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16세기 윌터 롤리의 말이 있다. 로마, 포르투갈, 스페인, 영국, 네덜란드, 미국 등 이들 나라는 역사상 국력이 강성했던 시기에는 어김없이 해양 강국이었다.

 

우리나라는 사실 그동안 해군, 해경에 소홀한 점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북한과 대치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육군위주로 군대가 운영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우리가 부족한 해공군력은 미군에 의존하다 보니 연안 수준의 해군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현실이 달라졌다. 우리의 국력이 세계 10위권이고 그에 따른 물동량이 전 세계로 뻗어나가다 보니 안전한 해상교통로의 확보를 위한 해군력은 필수적이 되었다. 또한 우리가 수입하는 원유의 대부분이 중동에 편중되어 있어 안전 수송이라는 명분 역시 대양 해군을 지향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주변을 둘러싼 국가들은 모두 해군력을 강화시키는 것도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중국은 이미 해양굴기를 통해 해군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항공모함과 구축함을 비롯하여 많은 함정을 계속해서 건조하고 있다.

 

나는 작년 김수민 국회의원실에서 작성한 우리와 일본의 해경 전력을 비교한 자료를 살펴보았다. 대형 해경 함정은 우리가 35척으로 62척인 일본의 56%, 항공기는 29% 밖에 되지 않았다. 게다가 속도도 우리는 시속 37km~55km인데 일본 해상보안청 함정은 시속 55km~ 65km로 상대가 되지 않았다. 헬리콥터도 우리는 18대인데 비해 일본은 31대, 고정익 비행기도 우리는 6대이고 일본은 52대나 되었다. 세진호 사건이 다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해양 주권의 문제는 단순히 바다의 경계만이 아니다. 영해는 물론 배타적 경제수역 내의 바다에 대한 주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바다는 무궁무진한 잠재력이 계속해서 밝혀지고 있기 때문에 바다를 지킬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강구되어야 한다. 평화 때일수록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는 국방력을 튼튼히 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국어 수업이 점차 해양주권 수업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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