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군들, 버큰헤이드호의 전통을 계승하라

등록일2020-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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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군들, 버큰헤이드호의 전통을 계승하라”

유은수

 

배를 떠난 지 10년이 되어가고 또 짧은 승선생활을 했지만 제 마음 속에는 항상 바다와 배가 그려져 있습니다. 사람들을 만나면 제 자랑거리는 항상 바다입니다. 지금도 세상에서 가장 멋지고 매력적인 직업은 배를 타고 바다를 항해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만약 하나님께서 당신의 종으로 부르지 않으셨다면 선장이 되어 어느 바다 위를 항해하고 있을 것이라는 상상을 종종 합니다. 그래서 선원선교회가 있는 마린페어 빌딩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무실로 올라 올 때마다 뒤로 펼쳐진 부산항을 바라보며 그곳에 정박해 있는 선박들을 바라보면 가슴이 두근거린답니다.

“제군들, 버큰헤이드호의 전통을 계승하라”.

제가 바다를 좋아하는 것은 소시적부터의 동경도 있지만 바다에 눈을 뜨게 해 주신 선생님의 가르침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재우 교수님은 제 인생에서 지울 수 없는 큰 영향을 끼쳐 주신 선생님입니다. 해기사로서의 기술에 앞서 바다의 문화와 전통과 정신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노교수님께서 항상 강의에 앞서 상선사관 생도들에게 외치셨던 말씀들은 바다에서 뿐만 아니라 인생의 항해에도 큰 지표가 되었습니다.

아르헨티나에 선교사로 있을 때에 ‘타이타닉’이라는 영화가 개봉되어 아내와 함께 관람한 적이 있습니다. 영화가 끝난 뒤에 극장을 나서는 모든 이들의 얼굴에는 감동과 흥분을 억제하지 못하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저에게도 마찬가지로 감동과 흥분이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영화를 통해 감동받은 것은 케이트 윈슬렛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열연의 아름다운 로맨스였습니다. 이 영화에서 떠올리는 명 장면은 두 연인이 타이타닉의 선수에서 포옹한 채로 두 팔을 벌려 허공을 응시하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받은 감동은 사뭇 다른 것이었습니다. 이 영화를 통해 해양인으로서 버큰헤이드호의 전통을 확인하고 나온 것이었습니다.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기꺼이 죽음을 택하며 한켠에서 손을 맞잡고 기도하던 형제들, ‘내 주를 가까이 하게 함은 십자가 짐같은 고생이나…’ 최후의 순간까지 갑판 위에서 연주하던 악사들, 승객들을 전통에 노약자부터 구조의 순서를 정해 주고 최후를 맞기 위해 브리지로 들어섰던 선장과 승무원들이 보여준 숭고한 정신, 노교수님의 가르침을 회상하며 그 아름다운 전통을 공유하는 해양인이라는 자부심을 함께 영화를 관람한 아내에게 이야기해 준 이후로 아내는 바다를 좋아하는 저의 더 큰 팬이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생일이나 기념일이 되면 모형 배나 배와 관련한 책들을 사 나르는 것이 아내의 취미가 되었습니다. 이렇듯 한 스승이 인생에 끼치는 영향은 실로 큽니다.

기독인들에게도 신앙의 지표가 되는 많은 스승들을 성경은 소개합니다. 그 중에서도 사도 바울을 꼽을 수 있습니다.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산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신 것이라 이제 내가 육체 가운데 사는 것은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하여 자기 몸을 버리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사는 것이라” 갈라디아서 2:20절의 이 말씀은 우리가 기독인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를 소개해 줍니다. 그리스도인들을 핍박하고 훼방하던 그가 예수님을 만나고 변화된 그의 삶과 목적을 잘 보여줍니다. 자신의 과거의 삶을 십자가에 못박고 오로지 그리스도만을 바라보고 살았던 그의 삶이 “내가 그리스도를 본받는 자 된 것같이 너희는 나를 본받는 자 되라 (고전 11:1)”고 하는 간증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주님을 알기 전에 죄인된 모습이 어디 사도 바울 뿐이겠습니까? 우리들의 삶이 그러했습니다. 죄 가운데 멸망받을 우리들을 바울에게 그러했듯이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달리심으로 구원해 주셨습니다. 바울이 그러했던 것처럼 우리의 삶도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박고 !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그래서 내가 그리스도를 본받는 자 된 것같이 너희는 나를 본받는 자 되라는 고백이 우리의 간증이 되기를 바랍니다.

사랑하는 선박선교사님들과 바다 위의 믿음의 지체들!

여러분들의 정체성은 기독 해양인입니다. 해양인으로서 바다의 아름다운 문화와 전통과 정신들을 계승해 나갈 뿐만 아니라 주님의 제자로서 복음으로 바다를 지켜나가는 여러분들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바다는 복음의 황금어장입니다. 주님께서 마지막 우리에게 주신 “땅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라”는 지상명령이 바다를 통해 이루어질 것입니다. 땅끝 어디든 이어진 바다와 뱃길, 선박을 복음화 시키는 여러분들의 사역이 바다를 건너 배가 들어가는 모든 항구와 오지와 땅 끝에 복음이 전파될 것입니다. 지금도 어느 바다를 항해하며 주의 복음을 전하고 있을 선박선교사님들과 믿음의 형제자매들을 생각합니다. 때로는 애매한 오해도 받고 예수쟁이 유난떤다며 배척받을 때도 있겠지만 주님께서 주신 빛진 자의 마음으로 그들에게 다가설 때에 참 사랑의 공급자이신 주님께서 작은 사랑의 공급자이신 여러분의 수고를 통해 저 먼 바다 파도 위에도 푸르고 푸른 그리스도의 계절이 도래할 것을 기대합니다.

 

◇ 자료출처 : 해기 2003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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