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문학의 성숙을 바라는 한 역사학자의 제언(윤명철)

등록일2020-06-27

조회수63

 

해양문학의 성숙을 바라는 한 역사학자의 제언

 

1. 들어가는 말

태초에 문학이 있었다?

태초에 역사가 있었다?

태초에 해양이 있었다?

 

모두가 그럴 듯한 말이고 주장이다. 또한 서로가 깊은 연관성을 지닌 문장들이다.

역사학자이지만, 문학에 쉽게 이끌리고, 때로는 역사학에서 궁극적으로 지향하거나 성취하려고하는 것들을 문학을 빌어서, 또는 문학자체로서 표현하기도 하고, 이론을 만드는데, 도움을 받기도 한다.

‘역사학은 인간학이다.’

역사학의 기본 목적은 주체인 인간을 이해하고, 인간의 삶을 완성에 가깝도록 하는 방법론을 제시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전통 시대에 역사학자는 역사 철학 문학 등의 예술 도덕, 심지어는 자연과학의 소양과 학습을 겸한 일종의 르네상스적인 인간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근대문명을 비자발적으로 도입하고, 능동적으로 역사를 변동시카는 일의 좌절, 식민지 체제에 강제로 편입되는 등 갖은 수난들이 있었다. 따라서 전통시대에서 행한 사회적인 역할을 잃어버렸고, 단순한 전문직 혹은 기능공의 단계로 전락했다.

인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역사를 이해하고 역사상을 해석할 수 있고 , 평가를 내릴 수 있을까?

선무당에게 칼을 쥐어준 꼴인데.

언젠가부터, 특히 한국은 식민지 이후이지만, 근대인문학은, ‘실증’이라는 편리한 허울과 ‘객관’이라는 미명 아래 숨어서 인간을 알고 이해하려는 고통스럽고 힘든 사유와 수행의 과정을 생략 해 버린거다. 드러나지 않는, 드러날 수 없는 요인들을 직관이나 통찰, 그리고 다양하고 실질적인 체험을 통해서 유추하고, 찾아내고, 감성적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알맞게 표현해야 좋은 지식인 지성인 예술가가 될 수 있다.

인간의 혼란스러운 감정과 비이성적인 태도, 계산되지 않은 희생정신들의 발호 등으로 이루어진 사건과 인물들을 제대로 심층적으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어떻게 예술과 종교, 역사를 논할 수 있는가 말이다.

그럼 문학은?

역사와 문학은 뭘 주고 받아야 할까?

문학, 특히 해양문학의 발전과 아주 의미심장한 역할을 기대하면서 몇 가지 제언과 조언을 한다.

 

 

2. 해양문학이란 어떠한 것인가?

1) 문학이란 무엇인가?

문학은 무엇이고, 문학의 존재이유는?

해묵은 질문이지만, 누구라도, 어느 시대에도 그랬듯이 또 한 번 해본다.

인류가 언제부터, 어떤 행위를 첫 번째 문학으로 이해했는지는 확실하지가 않다. 그래서 다른 견해들이 있다.

문학은 문자로 도구와 수단으로 삼아서 만든 예술이라고 한다. ‘LITERATURE’를 일본인들이 번역한 근대 언어이지만, 그러한 개념과 실재는 인류 초창기부터 있어 왔다고 생각한다. 중국에서는 문학이 학문이나 학예를 가리키는 단어였다. 현재 흔히 이해하고 있는 범문화적 활동을 그렇게 인식했다.

인간은 최초의 단계에는 즉자적으로, 즉 몸짓으로 표현했다. 그리고 상당한 시간을 보낸 후에야 다음 단계로 비약(?)하면서 말을 사용하였다. 물론 이때 말이란 것은 소리로서 단순한 ‘신호(sign)’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인간은 조금 더 정교하고, 의미를 담은 언어를 발명하였고, 그 언어를 보다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소박한 형태의 ‘상징’과 ‘기호(code)’들을 발명하였다. 이어 고대문명이 발생하면서 정교하고 복잡한 기호와 문자들을 계속해서 발명하였다. 그런대 현재와 비슷한 수준인 정교한 표현체계인 문자를 사용한 것은 불과 수 천 년 전의 일이었다. 그 또한 소수 특정한 사람들만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므로 인류의 역사 대부분의 과정에서 인간이 자기와 주변세계 특히 자연을 해석하고 이해하고 표현하는 수단은 대체적으로 말을 통해서 이루어졌다.

이처럼 고대에는 표현수단의 분화가 없거나 미약했었으므로 역사와 예술, 그것에 포함된 문학의 명확한 구분이 힘들었다. 다만 필요에 따라, 상황에 따라 어느 특정한 부분이 더욱 강조될 정도였다. 또한 문학을 포함해서 몸짓 춤 음악 미술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의 행위들은 대부분 예술에 해당하고, 예술로서 출발하면서 긴 긴 여정을 함께하다가 각각 취향과 재능, 그리고 사명감에 따라서 탄탄대로건, 오솔길이건 간에 옆 길로 발걸음을 옮긴 채로 걸었을 뿐이다. 그리고 문학 또한 신화, 설화, 민담, 노래 등 약간 씩의 차이가 있는 것은 상황에 따른 비율의 배분정도이다.

내 관점에 따르면 인류는 이미 후기 구석기 시대부터 문학을 했다. 알타미라 동굴 깊숙한 안쪽 평평한 벽에 현재 인류의 통념을 뒤집어 놓은 현생 인류의 그림들이 현란한 색채와 생생한 움직임, 현실적인 표정들로 표현되었다. 미술이기도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문학이기도 하다. 열정적으로 뭔가를 이야기가 하고 있는게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유라시아 대륙에는 지금은 손길이 타지 않은 구석이지만, 여러 지역에서 구석기 시대에 만들어진 흙인형들이 발견됐다. 신석기 시대에 들어서면 본격적으로 예술을 창조했다.

한국에서도 여러 곳에서 발견되었지만 흙을 빚어서 만든 여인상들이 있다. 애기가 살고 있는 아랫배가 불룩 솟았고, 환희와 두려움 고통이 버무려졌을 얼굴 표정은 살짝 찢어진 눈길 빼놓고는 과감하게 생략하였는데 역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울산의 반구대와 천전리에 새겨진 암각화나 여러 종류의 토기들에 새겨진 다양한 형태의 부호들은 볼 때마다 온갖 이야기를 담아낸 문학이라는 생각이 들 뿐이다.

그 시대에는 단순하고, 일정하지 않으며, 매끄럽지도 못한 부호들로 만들어진 문학같은 예술작품들이 너무나 많이 만들어진 모양인지, 지금껏 여기저기서 발견된다. 문학의 소재와 주제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았을 것이다. 오히려 어쩌면 지금 보다도 훨씬 더 많았을 지도 모른다. 길고도 긴 인류의 역사 동안 천천히 또는 성급하게 이것들을 발견하고 발명하면서, 예술 가운데에서도 문학을 풍요롭고도, 가장 소중하고, 친근한 것으로 격상시켰다.

이제는 인류가 겪어보지 못한 질적으로 다른 문명이 도래하면서 이미 현재라는 문지방을 넘는 중이다. 전과는 다른 기술과 정신, 시스템을 지닌 세상에 도래하고 있다. ‘사이보그 인간’ ‘AI’ 등 새로운 종의 인류가 탄생하는 중이다. 대전환과 위기의 시대에 모든 학문분야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지식인의 유형과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 …………………(하략)…………………

 

□ 윤명철,  역사학박사

___________________________

작품 수록 지면 : <해양과 문학> 22호

 

g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