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나(김선아)

등록일2020-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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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나

 

나에게 바다가 어떤 존재이냐고 묻는다면, 아름다운 산호섬 사이를 지나가는 초호화 여객선이 있고 해수욕을 즐기는 휴양지의 반짝이는 바다만이 아니라, 끝없이 넓은 그 위를 지나가는 커다란 상선들과 조선소의 풍경이 떠오릅니다. 제가 바닷가에서 태어났냐고요? 아니요. 그럼 아버지 직업이 어부냐고요? 그것도 아닙니다. 그렇지만 바다와 저는 때려야 땔 수 없는 사이입니다. 저에게 바다는 남들과는 조금 다른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해수욕을 하며 여가를 즐기는 바다, 물고기가 파닥거리고 상인들이 경매를 하는 생기 있는 모습보다는 골리앗크레인이 움직이고, 용접기술자가 불꽃을 튀기며 철판들을 용접하고, 안전모 쓴 사람들이 분주하게 일하고 있는, 그런 생기 있는 모습이 먼저 떠오릅니다. 이런 모습이 먼저 떠오를 만큼 영향을 준 사람은 바로 아빠입니다. 어릴 적에 울산, 통영, 군산 등으로 자주 이사다니며 초등학교 시절을 보냈습니다. 나열한 지역들의 공통점은 조선소가 위치해 있는 곳입니다. 아빠를 따라 이사 다니며 본 것이 큰 배와 조선소였기 때문에 나에게 바다란 동물의 왕국에 나오는 생명의 보고가 아닌 삶의 현장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한국해양대학교에 처음 도착했을 때, 바다의 품에서 간질이며 반짝이던 태양도 코끝을 자극하던 짠 냄새도 다른 이들에게는 설레는 바다는 바다일지 몰라도, 나에겐 익숙한 눈부심이고 조금은 안타깝기도 한 땀의 냄새였습니다. 아빠는 현재 우리나라 기름을 책임지는 VLCC(유조선)의 기관장으로 근무하고 계십니다. 게다가 학교 선배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어떤 아빠보다 멋지고 자랑스러운 사람이지만, 물론 처음부터 제가 아빠를, 바다를 좋아한 건 아니었습니다. 기본적으로 6~8개월 동안은 장기승선을 하시기 때문에 당연히 나에겐 아빠란 집에 항상있는 존재가 아니라 가끔 오는 손님같은 존재였습니다. 어릴때는 왜 아빠가 집에 없는지, 왜 하필 배를 타는 사람인지 너무 원망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아빠도 아빠를 뺏어간 바다도 미웠습니다. 어릴 때 아빠와 함께한 기억이 별로 없어서 지금도 그런 부분은 많이 아쉽지만 아빠가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걸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지금 그 어떤 학교보다 바다에 가까이 있는 한국해양대학교 해사수송과학부 2학년 여학생 학생입니다. 해양대학교에 다닌다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슨 학교인지 뭘 배우는 곳인지 물어 봅니다. 또 제복을 입고 있으니 군인이냐고도 물어보는 사람이 많습니다. 우선 저희는 군인은 아닙니다. 오늘도 택시를 타고 남포역에서 승선생활관에 들어오는데도 이곳에서 오랫동안 운전했지만, 제복입은 여학생은 처음 태운다며 졸업하면 뭐하는지 여학생인데도 배를 탈건지 물었습니다. 사실 저희도 졸업하고 무엇을 하게 될지는 잘 모릅니다. 정말 여러분야로 갈수 있기 때문에 막연히 배만 타는 곳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께 남학생은 5년 중 3년간의 의무승선 기간이 있지만, 여학생은 절대 배만타지 않는다고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학교생활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아침 7시 전까지 집합장소로 모여서 아침인원점검을 받습니다. 저학년 순으로 먼저 나옵니다. 인원점검이 끝나면 아침에 구보를 뛰거나 운동을 합니다. 그 후에 저녁인원점검까지는 각자수업에 따라 생활합니다. 저녁인원점검은 월요일은 위생 점검, 목요일은 복장점검, 일요일은 귀교집합이 있습니다. 제복을 입고 각종 인원점검을 받으며 생활하는 것이 조금 엄격하고 불편할 것 같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겠지만 특수한 목적을 가지고 학교에 들어온 만큼 다들 잘 적응해나가고 있습니다.
저도 물론 잘 적응해서 동기들과 화목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사실 다른 대학 친구들처럼 이쁜 옷도 입고 싶고 편안하게 생활하고 싶지만 그래도 다시 바다에 늠름한 모습으로 갈 저의 모습을 생각하며 견디고 있습니다. 3학년이 되면 1년간 원양실습을 하게 되는데 개인 실습을 나가는 동기도 있고 학교실습선을 타는 동기도 있겠지만, 저는 무척이나 동기들과 탈 학교실습선 생활이 기대됩니다. 또 조금은 바다에 다가간 것만 같아서 아빠에게도 다가간 것 같아서 기쁩니다. 사실 요즘 사고도 있고 해운경기도 예전만큼은 아니어서 걱정이 많지만, 바다는 󰡔모비 딕󰡕과 󰡔오디세이아󰡕에서처럼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노력하는 모든 이에게 사랑을 베푸는 존재라고 해양문학을 통해 배웠습니다. ‘지금의 역경을 이겨내고 핀 꽃이야 말로 가장 아름다운 꽃이다’라고 하듯 모두 각자의 아름다운 꽃을 바다에서 피우기를 바라면서 오늘도 희망 속에 나의 삶을 심어봅니다.

 

 □ 김선아(한국해양대학교 해사수송과학부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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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출처 : <해양과 문학> 20호 독자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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