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뒤로 야자수와 바나나 나무와 마을의 집채가 있습니다. 그리고 열대우림의 산이 있습니다. 산은 그 숲속에 크고 작은 나무들과 풀들과 이끼류의 온갖 식물과 거기에 서식하는 파충류, 양서류, 조류, 나비, 지네, 박쥐, 원숭이 등 온갖 동물들이 있습니다. 열대우림에 햇빛이 쨍쨍 내리고 비가 내리고 안개가 끼고 천둥이 치고 그러면서 숲은 살아 움직이는 것들의 열기로 가득합니다. 바닷가에서 멀리 열대우림의 산을 향하여 귀를 기울여 봅니다. 또 가만히 눈을 감고 숲속의 세계를 상상해 봅니다. 그러자 왠지 모르게 숲이 내뿜는 깊고 아득한 숨소리가 들리는 듯하고, 그 속에서 운동하는 생명체들의 모습이 보이는 듯합니다.
잠보안가에서 나무를 적재하였습니다. 큰 화물선의 큰 화물창에 아름드리나무를 차곡차곡 채워 넣었습니다. 부두에 묶인 계선줄을 풀고 드디어, 배가 출항을 합니다. 항구의 바깥, 난바다의 물목에서 늙은 도선사가 배를 내리면서 잘 가라고 인사를 합니다. 깊은 바다에 들어섰습니다. 비가 내리고, 천둥이 치고, 안개가 끼고, 바람이 불고, 또 태양이 갑판을 달굽니다. 이렇게 많은 나무를 실은 이렇게 큰 배를, 위에서 선교에서는 눈동자처럼 전방의 수평선을 지키고, 밑에서는 기관실에서 기관이며 발전기, 보일러, 그리고 각종 기계들이 돌아가고, 선미에서는 스크루가 일으키는 와류로 인해 배는 해면 위에 길게 하얗게 궤적을 남기고 있습니다.
언제부턴가 사람이 바닷길을 가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