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가을 해양시 페스티벌 "매우 강한 바람이 불어오는 모습"

작성자관리자

등록일2021-09-03

조회수48

 

매우 강한 바람이 불어오는 모습

 

 

1.

바람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불어가나?

구름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흘러가나?

바다 너머에는 하늘이 있는가?

하늘의 바깥에는 바다가 있는가?

그대와 나는 무엇인가?

바람인가?

구름인가?

 

2.

선명하게 그인 위쪽이 하늘이고 아래는 바다이다.

여기 저기 적란운이 알라딘 램프의 거인처럼 피어오른다.

뭉게구름이 꼬리를 물고 어딘가로 달려가고 있다.

어딘가에서 군대가 집결하는가 보다.

곧 전투를 벌일 작정이다.

무섭다 내 밖의 일들이, 우주의 모습이.

 

3.

잔잔한 해면.

바람은 어딘가로 가고 없다. 구름은 멈춰 서 있다. 서쪽 바다에 해가 지고 있다.

아름답구나, 노을이여. 활활 타올라라. 눈이 멀도록 뜨겁게 타올라라. 세상이여 불바다가 되어라.

그러나 어두워지면 모든 것은 식는다. 추워진다. 주변을 살펴야 한다. 흔들, 하고 바람이 분 것 같다.

곧, 그가 올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바람의 발걸음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유리의 해면을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눈부시는 보석의 바닥 위에 서 있곤 했습니다.

 그 날, 이 세상에서 가장 다양한 색채의 일몰을 볼 수 있었습니다. 파란, 빨간, 노란, 검은 옷감들이 겹주름을 지으며 넓게 바다 위로 퍼졌습니다. 그리고 밤이 왔습니다.

 잠결에 그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있었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무게로 천천히, 천천히, 그는 걸음을 옮기고 있었습니다. 그가 오는 이처럼 작은 소리에도 바다의 살아 숨 쉬는 것들은 모두 잠을 이루지 못하고 귀를 곤두세우고 있었습니다. 그가 지나갈 때까지, 온전히 지나갈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그는 이 세상에서 가장 큰 날개를 저으며 매우 빠르게 바다를 지나가고 있습니다. 지금 바다에서는 살아 숨 쉬는 모든 것들이 숨을 죽이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는 곧 육지로 날아갈 것입니다.

 

 

자료출처 : 시집 '해류와 노동'(심호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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