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가장 높은 곳에 바다가 있네

등록일2021-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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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가장 높은 곳에 바다가 있네

김성식ㅣ시인

 

 

이 세상 가장 낮은 곳에
바다가 있네
낮은 곳 낮은 곳으로 내려가는
모든 하수구 아래
바다가 있네

몸을 낮춰 낮춘 몸이
우얼웅얼 모여드는
작은 물방울 버리지 못하고
천만개 굳어진 입술들이
한밤중 몰래 버린 수상스런 말들도
지우지 못하고
빨갛게 죽어간 폐수까지 거두어
파도에 씻어내던 바다가
다시 살아나는 말들만 골라
때때로 해일을 일으켜
썩은 갯가를 휘저어 대지만
끝내는
제 살을 태우면서
금강석 보다 더 단단한 소금 만들어
바람에 말리고 있었네

이 세상 가장 가장 낮은 곳에 엎드려
거듭 일어나는 바다를
오늘도 나는
조심스레 지나고 있네

 

□ 자료출처 : <김성식 시전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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