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어

등록일2021-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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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어

김완수ㅣ 시인

 

 

어깻숨 들썩들썩 쉬는 저녁 바다에서

고깃배가 가슴 뛰는 소리로

출항 준비를 한다

물 반 어둠 반인 항구

달이 한창 어둠을 낚는 모습에

잠기운이 번쩍 깬 뱃사람들은

풍어보다 무탈한 귀항을 빌며

바다 앞에 겸손해진다

 

달이 어슴푸레 조는 것은

풍어를 바라도 좋다는 뜻

배는 달아오른 소리로

항구를 떠난다

바람이 등 두드릴 때

길을 내 출어를 반기는 바다

배 위에 달빛이 둘러써지면

오징어들은 하늘인 줄 모르고 모여든다

 

동해 찬 바다는 가슴이 따뜻해서

떡 벌어지게 한 상 차린다

어창 가득 풍어 소식을 싣고

개선장군처럼 돌아오는 배

아침해가 팔딱거리며

먼저 뭍에 오를 때

바닷가 사람들은 싱싱한 웃음으로

곤한 배를 맞는다

 

□ 자료출처 : <해양과 문학> 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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