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나와 인도양

등록일2021-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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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와 나와 인도양

박남준 l 시인

 

 

여름날 소나기가 내리면 세살터울의 동생과 훌렁훌렁

옷을 내던지고 마당을 쏘아 다녔다

비를 맞는다 비 내리는 바다

다시는 못하리라

머리칼에 서리가 내려서는 돌아갈 수 없으리라

 

비, 저 작은 물방울들

순간을 내던져 바다의 몸을 이룬다

한때는 어느 푸른 강물이었을

들녘의 키우던 기름진 물줄기였을

사막의 갈증 앞에 놓인 감로의 물이었을

우물이었을 흙탕물이었을 실개천이었을

저 작은 빗방울 저 거대한 바다

허공으로부터 내려와 몸을 바꿔 다시 오르는

 

범피중류 둥덩실 떠나간다 망망한 창해며 탕탕한 물결이라*

저 푸르름을 무어라 불러야 하나

인도양의 바다가 푸른 비단을 펼친다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모호한 여기 먼 바다의 배위에서

문득 심청의 인당수가 스쳐갔다

 

능라의 모래가 우는 사막을 떠올린다

 

욕망의 덧없음을 깨닫는다

얼마나 부질없는가 일장춘몽의 봄밤

세상의 빛들이 변하는 연금술의 시간

일몰의 바다 지는 해가 황금빛 바다의 길을 뱃머리에 펼친다

해가 진다 달이 뜬다

해의 길이 거두어지고

붉은 달이 길을 닦는다

끝없는 윤회의 저 범피중류

 

* 판소리 심청가중 심청이 인당수에 빠져 떠내려갈 때 주위의 풍경을 읊는 대목.

 

출처 : <해양과 문학> 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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