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속의 미술관

등록일2021-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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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경보가 내려졌다

만나려고 나선

시립 미술관과 도슨트 스피커 소리가 흐릿해진다


태풍이 가까이 올수록

아파트 작은방에 있어도 미술관과 이어진다

마음 풍선은

전시 미술 작품과 함께 부풀어 오른다

 

시멘트 바닥에 갇혀 있던 큰 나무

뿌리와 가지가 부러져 날아간다

태풍은 시간마저 길게 늘어뜨리고 나무를 몸부림치게 한다

 

신체 드로잉은 대뇌가 아닌 몸이 흔들려 그리는 그림일 뿐*

 

파도의 포말이 높이 나르고

몽돌이 소리 내어 바쁘게 달린다

흔들리는 옥상 기지국 스마트폰이 깜박이고

딱정벌레처럼 아스팔트에 붙어있는 자동차

입간판들이 비석치기 놀이를 한다

 

태풍은 지금 온 세상을 드로잉하고 있다

 

*2019년 이건용 부산시립미술관 현대미술전 전시실 주제인 신체 드로잉의 정의를 인용함.

 

서영상 | 2003년 ≪문학세계≫ 詩 등단

 

자료출처 : <해양과 문학> 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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