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경보가 내려졌다
만나려고 나선
시립 미술관과 도슨트 스피커 소리가 흐릿해진다
태풍이 가까이 올수록
아파트 작은방에 있어도 미술관과 이어진다
마음 풍선은
전시 미술 작품과 함께 부풀어 오른다
시멘트 바닥에 갇혀 있던 큰 나무
뿌리와 가지가 부러져 날아간다
태풍은 시간마저 길게 늘어뜨리고 나무를 몸부림치게 한다
신체 드로잉은 대뇌가 아닌 몸이 흔들려 그리는 그림일 뿐*
파도의 포말이 높이 나르고
몽돌이 소리 내어 바쁘게 달린다
흔들리는 옥상 기지국 스마트폰이 깜박이고
딱정벌레처럼 아스팔트에 붙어있는 자동차
입간판들이 비석치기 놀이를 한다
태풍은 지금 온 세상을 드로잉하고 있다
*2019년 이건용 부산시립미술관 현대미술전 전시실 주제인 신체 드로잉의 정의를 인용함.
서영상 | 2003년 ≪문학세계≫ 詩 등단
자료출처 : <해양과 문학> 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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