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

등록일2023-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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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

서영상 I 시인

 

 

모래는 성처럼 안전하지 않다 모래는 탑처럼 헛되다 헛되이 모이지 않으려고 자꾸 부서진다 바닷가의 모래는 쉬지 않고 쓸려가고 또 쉬지 않고 쓸려와서 아무도 모른다 바닷물에 살짝 젖은 모래톱이 어제의 발톱인지 오늘의 발톱인지 아무도 모르게 움직인다 모래는 집처럼 보람차지 않다 작은 알갱이들이 부서지고 부서져서 태어나고 또 태어나며 혈연을 끊는다 한 알들이 외로워서 손을 내밀었는데 서로 손이 없다 끌어안으려고 쌓였는데 모두 까칠하다 모래는 이기적이지는 않지만 개인적이다 모래는 혼자라서 완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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