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상 노동가

등록일2020-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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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상 노동가

 

 

밧줄로

아침 햇살을 포박하다

수평선을 향하여

그림자처럼 서다

작업조 한 칸, 앞으로 약진

 

노동의 찬가 자욱한데

휘날리는 백만대군의 먼지

철판 고열의 근육

 

고개 들면

바람 푸른

허공

한 사발 떠 갈한 입술 적시다

 

점심

식사 후 식곤증을

항해일지에 갈무리하다

낚싯대 드리워

기슭 숨은

말향 고래

구레나룻을 어루만지다

 

오후

기계

격발하는 탄환들의 메시지

버티는 수층의 무게에

갈매기는 갈채를

 

저녁

수평선을 열치면

달의 누드

밤, 무시로 떨어지는 별똥별의 길놀이

향수는 불치병

 

새벽

문 앞 까마득히 몰려든

파도의 핏발 선 눈

지금 세계는

일제히 한 칸, 앞으로 약진!

 

□ 심호섭, 시인

 

◇ 자료 출처 : 2005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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