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나무

등록일2020-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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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나무

최문창

 

 

나는 몰랐습니다

바다를 몰랐습니다

 

무시로 타는 목마름의

간증이 찾아올 때면 하염없이

하늘만 쳐다보았습니다

 

괜스레 우울과 허무의

상념이 젖어들 때면 시나브로

바다만 바라보았습니다

 

나는 보았지만

너풀거리는 바다의 옷자락만 보았습니다

나는 보았어도

가물거리는 바다의 그림자만 보았습니다

 

포근히 펼쳐진 하늘이불 더불어

살아 꿈틀거리는 원시의

백박이 용솟는 정열의 바다

 

아아, 하늘과 바다는 태초에

하나였다는 것을

아하, 하늘과 바다와 땅도 본래는

동체(同體)였었다는 것을

 

수평선은 오늘따라 곱게 드러누웠고

빠알갛게 넘어가는 일몰의 끝자락에

紅柿(홍시)의 속살같이 감미로운

애정의 나무

한그루

똑바로 심고 싶습니다

 

◇ 자료출처 : 해기 2005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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