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니를 쏘다

등록일2021-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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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글맞을 배암을 목도리마냥 두르고 연습했다는

이 나라 명궁(名弓)들의 소문이

세상 파다하게 떠돈 날

인력소를 공친 나는

물 풀린 샛강에 나가 고니를 본다

 

멀리 가까이

처연히 돌부리에 서서

내 한 번도 겨냥 못한

과녁, 빈 허공 일점을 향해

뒤로 젖힌 겨드랑에서 검은 활촉

휘익 뽑아든 고니

 

내 예전 뒤틀린 맘에 시위하며

무방 쏘아댔던

그 빗나간 화살들은 지금

어느 가슴 시린 상처로 꽂혀

아파라, 아파라 할까

잠잠한 바람의 힘줄 일순간 출렁이자

몇 방울의 물, 돌부리에 툭 튕기어

팽팽한 허공 헤가르며 치솟는

화살

 

그러나 지상엔 상한 자 뉘 없다 

 

김회권 | 2002년 ≪문학춘추≫ 등단

 

 

자료출처 : <해양과 문학> 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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