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링해의 섬

등록일2020-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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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링해의 섬

이석재ㅣ시인

 

 

만나고 싶을 때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베링해 가장자리에 앉아 있는 저 섬은 안다

저녁 폭설이 자욱하게 밀려드는 바다 위에서

그리움은

벚꽃보다 더 화려한 폭설로 내려도 도무지 쌓이지 않는다

홀로 머무는 시간을 견딘다는 것은

기억의 응달에 흐르는 따뜻한 실핏줄 같은

사람과 사람이 엮어가는 씨줄과 날줄인 것을

남몰래 상처를 감추고 앉아

말없이 제 상처를 핥고 있는 웅크린 짐승 같은 저 섬은

세상의 누구도 눈길 주지 않는 외톨이로 서서

헐벗은 육신에 깃든 퍼렇게 언 영혼 하나 껴안고

영하의 바람 속 마디마디 저려오는 손발을 주무르며

철새들이 쉬어가는 징검다리로 앉아있다

그리운 이름 불씨를 다독이며

베링해 가장자리에 앉아 있는 저 섬은

한산도 외진 토담집 홀로 지키며

지워낼 것 다 지워낸 가장 간명한 곡선으로 남은

칠순을 넘긴 아버지의 굽은 등을 닮았다.

 

□ 자료출처 : <해양과 문학> 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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