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일2020-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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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빙의 항해
이성배 ㅣ 시인
파타고니아 물고기 이빨은
감미로운 입맛 뒤에 숨어있다
황홀한 오로라에 취한 항해사
오크나무 조타륜 놓칠 때
스크루 잡고 놓지 않는
블루 다이아몬드 저, 차가운 손
늑골을 가로질러 부서지는
떠돌기를 멈춘 얼음 섬은
출항할 때 보다 입항할 때
더 경계해야 한다
보인다고 다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바다 속에 잔뜩 웅크리고 있는
참혹한 좌초의 그림자 하얗게 속는 것은
보이는 얼음 절벽이 아니다
저 푸른빛 자유 너머
유빙 아래 숨어 번쩍이는 발톱
해도 위의 항구는 지척인데
배는 아직 유빙 곁을 떠돌고 있다
• 2011년 한국해양문학상 수상 작품
□ 자료출처 : <월간 海바라기> 2012년 11월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