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로부터
김완수 ㅣ 시인
순결의 옷 입고서
바다를 향해 창 몇 개 낸 집
언제부터 어둠 반대편에 서서
바다의 경계(境界)를 지키고 있었을까
밤바람이 때려도
차렷하며 눈 부릅뜨고 있다
위장(僞裝)을 모르는 초병
배들의 발이 묶였을 때에도
입출항 신호를 반기는 새들을 위해
졸음 떨치며 횃불을 밝혔겠지
본디 하늘을 동경한 적 없어도
떠가는 모든 것들의 관제탑이었겠다
어쩌면 동항의 마음도 열기 위해
뜨거운 돌탑으로 섰을지 모를 일
바람(望)들이 항구로 밀려들고 있다
하늘에도 불이 하나둘씩 켜지면
창가의 커튼 열어젖혀
바다에 길을 찰랑찰랑 던진다
잔광이 비늘처럼 벗겨질 때
연모의 안전등을 켜는 등대
먼바다에서 숨기척이 들리자
울음 같은 빛을 쏟고
나는 일상으로의 항해를 위해
질척한 뭍의 경계 떠난다
□ 자료출처 : <해양과 문학> 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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