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로부터

등록일2020-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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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로부터

김완수 ㅣ 시인

 

 

순결의 옷 입고서

바다를 향해 창 몇 개 낸 집

언제부터 어둠 반대편에 서서

바다의 경계(境界)를 지키고 있었을까

밤바람이 때려도

차렷하며 눈 부릅뜨고 있다

위장(僞裝)을 모르는 초병

배들의 발이 묶였을 때에도

입출항 신호를 반기는 새들을 위해

졸음 떨치며 횃불을 밝혔겠지

본디 하늘을 동경한 적 없어도

떠가는 모든 것들의 관제탑이었겠다

어쩌면 동항의 마음도 열기 위해

뜨거운 돌탑으로 섰을지 모를 일

바람(望)들이 항구로 밀려들고 있다

하늘에도 불이 하나둘씩 켜지면

창가의 커튼 열어젖혀

바다에 길을 찰랑찰랑 던진다

잔광이 비늘처럼 벗겨질 때

연모의 안전등을 켜는 등대

먼바다에서 숨기척이 들리자

울음 같은 빛을 쏟고

나는 일상으로의 항해를 위해

질척한 뭍의 경계 떠난다

 

□ 자료출처 : <해양과 문학> 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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