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메기

김완수ㅣ시인

바람 자욱한 겨울 덕장에

바다의 말들이 줄줄이 널려 있다

비릿하고 짭조름한 뜻들을

바다는 언제 소리째 토해 냈을까

한결같은 말씨라

뭍은 투박한 사투리를 감추지 않는다

햇살이 물때를 훔치고

바람이 덕마다 달라붙어

기름진 군말을 쪽 빼면

곧 일용할 뜻들이 드러난다

밤낮이 파도처럼 가파를수록

주기만 한 마음들은 꾸덕꾸덕 익는다

바람은 바다가 쉬는 숨

드나드는 숨에 얼녹을 때

바닷가 사람들의 말도 덕장에 널린다

싱싱하게 오가는 말들

나는 바닷가의 풍족한 마음씨를 믿는다

푸른 말들이 한 사흘 붉게 오가면

바다가 늦은 겨울잠을 자도 될 시간

말문이 한동안 닫히기 전에

사투리를 한 쌈 싸 먹는다

바다의 말맛이 참 쫀득하다

□ 자료출처 : <해양과 문학> 2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