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말

등록일2020-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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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말

박미영 ㅣ 시인

 

 

썰물처럼 잊었지

다섯 살에 바라본 바다를

 

엄마가 두른 앞치마에 은빛 비늘이 수북하여

손가락엔 핏방울이 검게 붉어

 

어린 나는

아침부터 잠들기 전까지

장사 나간 엄마를 기다렸지

바다를 더듬었지

 

바다는 엄마가 팔고 있는 고등어나 갈치 울음소리를 듣고도

어떻게 딱 거기서 달려오지 않을 수 있을까

 

나는

울음소리가 너무 작아 골목을 넘지 못하나

오해하면서, 이해하면서 이불을 다독였지

 

작은 심장에 흉터가 덧날까

문지방을 넘어올 듯 말 듯

젖은 이불엔 소금꽃 쌓이고

바다는 꿈결에 검은 몸을 밀며, 밀며 올라왔지

 

□ 자료출처 : <해양과 문학> 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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