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항 작업

등록일2020-07-12

조회수121

 

출항 작업

 

 

육지에서 멀어지는 날 나팔 소리는 무겁다

부두와의 팔짱을 치운 밧줄,

걸머쥔 결의가 윈치 핸들을 꼭 붙잡는다

 

여기 새 시대의 명운이 꿈틀거리는 선수루

오, 떠오르는 출항기 물류제국의 카리스마여!

만파萬波 겹겹 해류는 158알피엠의 노예와 함께 머리를 조아렸다

태양은 갤리선의 닳은 노를 갑판에 내려놓고

젖은 아가미로 뱃노래를 헐떡인다

 

어두운 방에서는 건강한 의지를 묻는 기계의 파찰음이 있다

근육을 다스리고 혈액에 용해된 뒤

전율하는 눈매의 487럭스, 철판 밖에서 유영하는

어군魚群을 투시한다

 

닻은 높이에 고독했던가?

그것은 수맥을 찾는 지관처럼 골몰한다

수억 플랑크톤의 애잔한 한으로부터 송어의 웅대한 가곡까지

수심은 일대 개혁 각성을 시작했다

17미터, 14미터, 6미터, 2미터...... 거친 숨결이 구비치며

해면에서 이탈할 때

바다는 길게 소름을 남기었다

 

심호섭 ㅣ 시인

 

□ 자료출처 : 海바라기 2010년 10월 호

 

 

g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