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바다

이종예

햇살이 고와서

한낮 오수에 바다는 꿈을 꾸어요

분홍 가슴 풀어 헤치고

눈부신 하얀 나신을 들어내어

물비늘 반짝여 웃음이에요

갯바람이 다가와 소곤거리죠

갈매기는 잠시 머물다 해에게 달려 갑니다.

손을 내어 보아요

당신이 원하면

바다에 떠있는 저 섬도 뚝 떠다

당신집 뜨락에 옮겨 놓을께요

뱃고동 우렁이는 저 배도 살풋 들어다

당신의 주머니에 넣어 줄까요?

손을 내어 보아요

당신이 원하시면......󰡓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바다는 투정입니다

세찬 바람마저 볼을 때리며

웃고 지나갑니다

맑은 웃음소리가 바다에 흔들림니다

봄바람에 상큼한 바다향이 묻어 옵니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품속에 안으며

바다는, 살풋이 눈감아 꿈을 꿈어요

햇살이 넘, 고와서

□ 자료출처 : 海바라기 2010년 12월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