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외로울 때 섬을 낳는다

등록일2020-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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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외로울 때 섬을 낳는다

 

 

바다는 그 많은 조형 기술 중에서도 유독 찬란한 고독만들기를 좋아한다 파도로 끊임없이 때리는 시련의 담금질이 그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시련은 몸서리쳐지는 고독을 넘어 고독 자체를 즐기는 경지, 즉 찬란한 고독의 지위에 누구든 앉힌다 바다가 낳은 섬은 홀로 남겨진 기러기 아빠처럼 고독의 소주를 씹어 삼킨다 섬 주변에는 마시다 버린 소주병들이 널브러져 있게 마련이다 섬은 하루에도 몇 번씩 커 졌다 작아졌다 하며 고독에 잠기다가 지치면 쓰나미에 삼켜지거나 바다의 심장이 분출하는 마그마에 의해 아예 뭉개지기도 한다 가을 섬숲도 해풍으로 인해 부대 끼다 못하여 붉으락푸르락 피멍이 든다 갯벌 제방기슭의 억새꽃, 갈댓잎도 뭐 그리 서러운지 머리채를 산발한 채 사방으로 뒤흔들며 울부짖는다 바람 드센 바다는 아득하여 공제선이 없다 해내천海乃天 바다는 바로 하늘로 이어지고 하늘에는 참수리 마저 진종일 홀로 고독을 유영한다 바다는 외로울 때 섬을 낳고 섬은 외로울수록 섬으로 살아갈 수 있다

 

김락기 | 시인

 

□ 자료출처 : 海바라기 2011년 5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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