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바다

등록일2020-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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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바다

 

 

내가 아침으로 서면

바다는 정적靜寂이 누르는 몸집을

서서히 부풀리며 다가온다

 

아직 잠깨지 않은 늦잠의 바다

잿빛 배래기로 뒤척이다 저만치

오륙도를 떠밀고는 북해도로 가버린다

 

훌쩍 바다를 흘려보낸 오륙도는

괭이 갈매기 울음까지 분질러지는 사이로

초막草幕을 걷고 살아오는 징용의 이야기를 다문 채

북해도로 간 바다가 궁금하다

 

따순 햇살은 물결을 밟는데

아직 아침이 되지 못한 정박선

마냥 달라붙는 바람을 뜯어대는 노랑부리저어새

바다로 가버린 이웃의 속사연에 귀를 연다

 

뱃길의 시간이 내 키를 덮고

바람꽃이 피어 자지러지는 수평선 자락으로

아버지 피의 색깔이 산 빛으로 깨치기에

징용에 앗긴 혼백을 건지러 오륙도를 돌아

나는 북해도로 흘러간다.

 

김광자, 시인

 

□ 자료출처 : 海바라기 2008년 8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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