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장은 섬을 몰고

등록일2020-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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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은 섬을 몰고

 

뱃고동 소리가 칼바람을 타고 길에 날았다.

그러자 선장이 모는 섬은 닻을 내리고 부동자세로 멈춰 섰다.

선원들 가슴께쯤 저녁노을 빛은 와 닿아 붉고

스위치를 올리자 환하게 눈에 쌍심지를 켠 섬

일렁대는 바다속 여독을 푼다.

대한해협을 미끄러지며 빨려들어 온 수 십만 톤급 상선

팔 할은 바람기에 푸석한 머리칼을 날렸고

오늘은 깃털을 접고

박차고 나아가야 할 내일의 항로를 떠올린다.

해묵은 사연들을 꺼내 전화들을 건넨다.

섬의 가슴께쯤 열정적인 엔진은 식지 않은 채 작동 중이고

때로는 짧고 긴 동박새의 투명한 노래 가락처럼 음률은 흘러

각 데크 위에 나직나직 내려 앉는다.

골목마다 안온한 느낌의 흥얼거림에 설렌다.

선체를 떠돌며 뒹구는 끈끈한 소금기

또다시 휘파람을 카랑하게 허공에 던지며

지독한 가스를 헤치며 나아가야 할 길을 찾아 헤매다가

좌측 우측 또는 직선 방향인가를 애타게 타진할 지도 모를 일

빙산의 일각을 깨며 고정시킨 항로의 언덕길을 넘기 위해

색다른 체험에 당황할 수도 있다. 그대들

 

□ 김보한, 시인

 

ㅣ자료출처 : 海바라기 2007년 9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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