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두의 연인(1)

등록일2020-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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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두의 연인(1)

 

 

어둑한 부두에

비가 내린다

부두엔 빗소리뿐

 

삶의 애상

집요한 애착에

채워지지 않을 고단한 열망들

 

고대하던 임을 만나러

가는 길에

장맛비가 뿌옇게 시야를 가리며

치마를 걷혀 들고 달겨든다

머리에

가슴에

화장끼 곱게 두드린 얼굴에

 

첫사랑

그 축축한 느낌으로 젖어드는

그가

치받는 뜨거운 열기로

터질 듯 부풀어 오른 뇌관을 밟으며

심장 깊숙한 곳으로부터

천천히 다가오고 있다

 

검은 기름끼로 번들거리는 부두

시끄러운 소음들의 일상이 지나고

자조섞인 함성에

오로지 빗소리에

묵묵히 지워져 가는 발자국들

오 그대여

그곳을 지나 제가 왔습니다.

 

이종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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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출처 : 海바라기 2007년 10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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