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의 투쟁

등록일2020-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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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의 투쟁

 

고래가 괭이갈매기를 토해 낼 때 마다

난바다곤쟁이를 쫓아 다녔는지 크릴새우 쫓아 다녔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지만

 

깊은 물에 그물을 던져 라는 생각에 이르러 나는

오른쪽 다리를 깨무는 오십견을 느꼈다

 

왼쪽 무릎에는 담배꽁초가 마지막 왕조를 지키듯 매달려 있었고

뒤돌아본 백악기의 별빛이 침으로 흘렀다 나의

시선은 바다에 꽂혀 있었다

 

메인엔진이 펄떡대고

혈흔 같은 항적선 손도 잡아주지 않는

향유고래를 발자국을 지우며 뒤따라 나간다

지금 나는 어디로 달려가는 걸까

북태평양 바다를 아주 떠나고 싶은 것일까

 

부산의 흰 고래

카오슝의 붉은 고래

아오모리의 푸른 고래

 

집어등 밝히며 제 뼈대를 드러내고

어둠은 자정을 향해 조금씩 깊어 가는데

고래 몇몇은 심해로 몇몇은 그대로 잠이 든다

 

나는 바다를 노려본다

 

이윤길, 시인

 

□ 자료출처 : 海바라기 2008년 3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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